명장 발판된 '84억 장원준'…이승엽 '구단주 선물'은 누굴까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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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5
▲ 2015년 두산 베어스 장원준(왼쪽)과 김태형 전 감독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감독 부임 첫해에 장원준이라는 정말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015년 초보 감독 김태형을 선임할 때 당시 리그 정상급 좌완 선발 장원준(37)을 선물로 안겼다. 선발 보강이 필요하다'는 김 전 감독의 요청에 거침없이 지갑을 열었다. 8년 전 FA 시장에서는 매우 큰 금액이었던 4년 84억원에 장원준을 붙잡았다. 덕분에 김 전 감독은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명장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장원준 이후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김태형 체제 8년 동안 유일한 선물이었다. 오히려 김현수(LG), 양의지 박건우 이용찬(이상 NC),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 황금기 주축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어 줄줄이 팀을 이탈했다.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 등을 붙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8년 사이 전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그래도 늘 첫 선물을 잊지 않았다. "감독 부임 첫해 장원준이라는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여러 팀이 붙었는데 구단주께서 감독 선물로 장원준을 잡아주셔서 2년(2015, 2016년) 동안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항상 강조했다.
두산은 올 시즌을 9위로 마치고 김 전 감독과 결별을 선택한 뒤 새 사령탑으로 '국민 타자' 이승엽을 앉혔다. 계약기간은 3년, 총액은 18억 원(계약금 3억, 연봉 5억)이다. 이 감독은 KBO리그 역대 최고 거포 출신이지만, 2017년 은퇴 이후 지도자로는 전혀 경험이 없었다. 초보 감독에게 두산은 매우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구단주와 단장이 함께 직접 제안하는 자리에 나설 정도로 두산은 '국민 타자'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치고 가장 내게 제안을 먼저 해주셨다. 대화를 해봤을 때 진심이시고, 나를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언젠가는 현장으로 복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시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작성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황금기 주축들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팀을 떠났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연봉 5억원을 안긴 감독에게 단순히 '리빌딩'을 원할 리는 만무하다. 장기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건강한 경쟁과 성장을 이끌면서 동시에 성적도 잡길 바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두산은 올해도 신임 감독에게 FA 선물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올겨울 내부 FA는 안방마님 박세혁 혼자다. 박세혁을 잡든 외부 FA를 영입하든 포수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FA 시장에는 박세혁, 양의지, 박동원(KIA), 유강남(LG), 이재원(SSG) 등 대어급 포수들이 많아 치열한 영입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이 일단 이 판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유가 되면 추가 영입을 노려볼 수도 있다. 김 전 감독은 올 시즌을 치르는 내내 강승호, 안재석, 박계범 등 젊은 내야수들이 주전으로 확실히 도약할 기회를 전혀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이유찬이 시즌 막바지에 합류하긴 했지만, 1군에서 증명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이 감독도 이 점을 똑같이 느껴 해당 포지션 보강을 요청할지, 아니면 팀을 더 살펴본 뒤에 다른 전력 보강 요소를 찾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두산은 최근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과감히 움직이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겨울 김재환을 4년 115억원에 영입했을 때, 그리고 올해 이 감독을 영입할 때가 그랬다. 김 전 감독이 8년 전 장원준을 선물로 받고 KBO리그를 장악했던 것처럼 이 감독도 통 큰 선물을 품에 안고 두산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