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45억'을 쓰다니...'일회성' 투자로 끝나지 않기를 [김동영의 시선]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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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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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지난 19일 FA 원종현을 영입했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불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고, 원종현을 품었다. 계약 규모에 눈길이 간다. 4년 25억원. 계약금 5억원에 연봉 5억원이다. 옵션 없이 전액 보장. 키움은 “확신이 섰다”고 했다. 원종현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도 기간이다.
24일에는 퓨처스 FA 이형종을 품었다. 4년 총액 20억원이다. 규정상 2023년은 인상이 불가하다. 2022시즌 연봉 1억2000만원 그대로 간다. 대신 2024년 6억8000만원, 2025~2026년 연봉 각각 6억원을 준다. 10억원 이상 받는 선수가 즐비해진 상황이지만, 6억원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이렇게 키움이 FA 두 건으로 45억원을 썼다. 다른 팀들은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돈이지만, 키움이기에 의미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20일 이택근을 4년 총액 50억원에 영입한 이후 무려 11년 만에 지갑을 열었다. 있던 선수를 보내기만 했다. 무려 박병호까지 잡지 않았던 키움이 외부에서 FA를 데려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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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라는 마음이 생겼다. 우선 불펜이다. 김재웅이 고군분투했고, 선발 자원인 최원태가 불펜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문제는 믿을 수 있는 카드가 2명 뿐이었다는 점이다. 보강을 원했고, 원종현을 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젊은 투수들에게 표본이 될 수 있는 투수다. 단순 전력 강화 이상의 효과다.
외야도 있다. 좌익수는 시즌 내내 고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막판 김준완이 리드오프로 꾸준히 나섰지만, 기록상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형종이 이 자리에서 힘이 될 수 있다. 잠실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던 타자. 2020년에는 단 81경기만 뛰고도 17홈런을 치기도 했다.
야시엘 푸이그가 미국에서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도박을 했다는 미국 법무부 발표도 있었다.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 이 부분까지 고려했을 때 이형종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여차하면 1루수로도 뛸 수 있다. 1루 또한 키움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이번 영입을 통해 키움은 2023년 우승 도전을 확실하게 선언했다. 김하성의 포스팅 비용, 2022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에 따른 배당금 등을 통해 여유가 생긴 부분도 있다. 고형욱 단장은 “올해 거의 처음으로 외부 FA를 데려왔다. 아마 10개 구단 가운데 흑자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구단 재정 관련 사항은 해당 부서에서 챙기는 일이고, 나는 또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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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이 변했다는 것 자체로 반갑다. 여기까지는 좋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육성이 기본인 팀이다. 밖에서 데려와도 방출 선수 정도 영입한 수준. 이 방식으로 정상에 설 수 있는 팀은 없다고 봐야 한다. 외부 보강도 분명히 필요하다. 지금까지 키움에는 없던 부분이다.
단순히 ‘강팀’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라면 키움의 현재 방식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키움은 10년간 9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다. 그러나 우승은 아예 다르다. 나아가 우승권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는 것은 더 어렵다. 보강을 계속 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로 돈이 필요한 법이다.
‘애물단지’라 했던 키움이다. 이런 팀이 돈을 쓴다. 매년 FA를 영입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비록 특급 FA에게 100억원, 150억원씩 투자하지는 않더라도, 중소형 FA만 영입하더라도, ‘키움도 쓸 때는 쓴다’는 이미지를 계속 심어야 한다. KBO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일회성 투자로 끝나서는 안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