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맞고 손 덜덜 떨면서도...' 1루로 간 투혼의 사나이, "더 뛰고 싶었다" [★잠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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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사구 맞고 손 덜덜 떨면서도...' 1루로 간 투혼의 사나이, '사구 맞고 손 덜덜 떨면서도...' 1루로 간 투혼의 사나이,](https://cdnfor.me/data/images/af/34107d5ed10df9dab2668bb633908d.jpg)
투수가 던진 공에 팔뚝 안쪽을 강하게 맞았다. 느린 TV 중계 화면에는 사구 이후 손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그래도 그는 더그아웃을 향해 나오지 말라는 손짓까지 하면서 1루로 걸어나갔다. 팔을 계속 움켜쥔 채로…. 투혼을 보여준 주인공은 LG의 신흥 거포로 떠오르고 있는 이재원(23)이다.
LG 트윈스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서 5-2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LG는 5연승을 질주하며 20승(14패) 고지를 밟았다. 리그 순위는 단독 2위. 반면 한화는 6연패 늪(11승 23패)에 빠졌다.
4회말 1점을 뽑으며 3-2를 만든 LG. 이어진 LG의 5회말 공격. 선두타자 문보경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한 뒤 타석에 이재원이 들어섰다. 전날(10일) 잠실 힌화전에서 8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2루타와 3루타 1방씩 멀티히트를 쳐낸 이재원이었다. 2루타는 이재원의 시즌 첫 안타이기도 했다.
상대는 한화의 두 번째 투수 주현상. 이재원은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2,3구째 모두 파울을 기록했다. 4구와 5구는 볼. 그리고 6구째. 주현상의 속구(143km/h)가 이재원의 몸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공은 순간적으로 배트를 내려던 이재원의 팔뚝 안쪽을 그대로 강타했다. 이재원은 공에 맞자마자 그 자리에서 방망이를 툭 떨어트린 채 허리를 굽힌 뒤 손을 움켜쥐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살집이 적은 매우 아픈 부위였다. 더욱이 팔을 뒤쪽으로 빼면서 맞은 게 아닌, 앞으로 나가려다가 맞아 고통은 더욱 커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다. 이재원은 1루 쪽 LG 더그아웃을 향해 나오지 말라는 손짓을 취했다. 이어 재차 고개를 저은 채 1루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엄살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트레이너가 나와 상태를 살핀 뒤 붕대를 감으며 응급 처치를 했다. 주현상도 사과의 뜻을 전했고, 이재원은 그렇게 계속 경기를 뛰었다. 그러다 6회말 타석에서 대타 이영빈으로 교체되며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청주석교초-서울경원중-서울고를 졸업한 이재원은 2018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은 뒤 2020년 입단했다. 강백호(KT)와 함께 서울고 시절, 팀의 3~4번 중심타자로 활약할 정도로 장타력이 뛰어났다. 결과도 보여줬다. 2년 연속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며 LG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국가대표급 외야진이 꾸려진 LG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이미 김현수와 박해민, 홍창기가 버티고 있었고, 올 시즌에는 문성주마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10일과 11일 경기를 제외하면 올 시즌 앞서 단 3경기 출장에 불과한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문성주가 최근 무릎 인대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지면서 이재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정말 그에게 너무도 간절할 수밖에 없는 1군 무대. 그래서였을까. 그는 사구에 맞고도, 덜덜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쥔 채 그대로 1루까지 걸어나갔다.
이날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만난 이재원은 "괜찮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공에 맞은 오른팔에는 검정색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이재원은 "경기에 계속해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교체를 해주셨다. 저 정말 괜찮아요"라면서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1루를 밟은 이재원(왼쪽)의 상태를 트레이너가 살피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