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페이커냐 쵸비냐…'사실상 결승전' 중국전 주전 딜레마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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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곽혜미 기자
▲ 쵸비 정지훈 ⓒ곽혜미 기자
▲ 페이커 이상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김건일 기자] 리그오브레전드 최고 스타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과 '쵸비' 정지훈을 함께 뛸 수 없는 운명이다.
포지션이 같은 미드라이너이기 때문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는 둘은 T1와 젠지 소속으로 한국 최고 미드라이너와 우승을 높고 수 년째 라이벌전을 벌여오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이상혁과 정지훈을 같은 팀에 보유하게 된 김정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팀 감독은, 정작 고민의 연속이다.
국가대표팀이 포지션 중 유일하게 미드라이너만 두 명을 발탁하면서 '누가 주전으로 출전할지'가 업계 내에선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두 선수가 LCK 최대 라이벌 관계라는 점이 이슈를 키웠다.
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당일 컨디션과 선수들의 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전을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리그 오브 레전드 김정균 감독 ⓒ곽혜미 기자
다만 현재 경기력을 놓고 보면 정지훈의 손이 올라간다. 이상혁은 LCK 스프링에서 소속팀 T1을 우승으로 이끌고 정지훈을 제치고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 프로 팀'에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 7월 손목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했고 T1도 성적이 떨어졌다.
반면 정지훈은 결장 없이 시즌을 완주했고 KT롤스터를 우승으로 이끈 BDD 곽보성에 이어 세컨드 팀 미드라이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상혁이 출전했을 때 얻는 이점도 확실하다. 대표팀 탑라이너 '제우스' 최우제와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이 이상혁과 같은 T1 소속. 최우제와 류민석은 2020년 11월 T1에 입단한 이래로 이상혁과 손발을 맞춰 왔다. 리그 일정 탓에 훈련 기간이 짧았던 대표팀 상황상 소통과 호흡 등 조직력을 고려한다면 정지훈보다 이상혁에게 무게가 실린다.
김 감독은 두 선수의 출전 시간을 칼 같이 분배했다.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지난 11일부터 이틀에 걸쳐 국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진행했는데 베트남과 1차전에선 정지훈, 대만과 2차전에선 이상혁이 미드라이너로 출전했다.
본 대회에서도 같았다. 지난 25일 항저우 e스포츠센터 보조 경기장에서 진행한 A조 조별리그에서 1차전 홍콩전에선 정지훈, 2차전 카자흐스탄전에선 이상혁이 경기에 나섰다. 쵸비는 아지르, 이상혁은 요네를 뽑았는데 흥미롭게도 아지르는 이상혁, 요네는 쵸비가 즐겨 쓰는 챔피언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상대 미드라이너와 라인전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협곡 전역을 누비며 승리를 이끌었다.
▲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쵸비 정지훈
결승전으로 가는 길목인 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8강전은 그래서 중요했다. 두 경기를 치른 첫 날과 달리 3판 2선승으로 한 경기만 치르는 날이었기 때문에 이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주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많은 팬들 및 관계자들이 바라봤다.
김 감독은 이 경기에 정지훈을 선택했다. 게다가 세트마다 선수 교체가 가능한데도 1세트와 2세트 모두 정지훈에게 맡겼다. 정지훈은 1세트에선 LCK 서머 우승을 이끌었던 트리스타나, 2세트에선 시그니처 챔피언인 요네를 선택해 승리에 이바지했고 한국은 2-0 완승으로 4강 진출 티켓을 챙겼다.
▲ 27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 마카오 경기. 보조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 한국과 달리 중국은 첫 경기부터 주 무대에 올랐다.
우승 라이벌 중국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중국은 정글 포지션에 선수 두 명을 발탁했는데 EDG 소속 '지예지예' 자오리제와 빌빌게이밍 소속 '쉰' 펑리쉰이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상혁과 정지훈과 마찬가지로 자오리제와 펑리쉰 역시 중국 내에서 최고 정글러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이다.
중국은 '로드 투 아시안게임' 예선(한국은 리그 일정으로 불참)을 통과하면서 예선 없이 8강에 진출했고 이날 마카오와 첫 경기를 치렀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1세트엔 자오리제를 출전시켰다가 2세트에 쉰으로 정글러 교체했고 2-0 승리를 거뒀다.
▲ 지난 25일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이상혁 ⓒ연합뉴스
▲ 지난 25일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이상혁 ⓒ연합뉴스
이상혁은 지난 25일 주전 경쟁에 쏠리는 관심에 대해 "쵸비 선수도 국내 대회를 3연속으로 우승한 굉장한 선수다. 누가 출전해도 이상하지 않다. 당연히 잘하는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욕심 내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과 한국은 28일 e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사실상 결승전.
이날 경기를 마친 정지훈은 중국전 각오를 묻는 말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