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일' 남기고 방출 통보에도, 팬들 응원에…"눈물 날 것 같더라"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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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 윤명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눈물 날 것 같더라고요."
투수 윤명준(33)은 지난 7일 소속팀이었던 두산 베어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다음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하던 윤명준으로선 마음 아픈 구단의 결정이었다.
사실 윤명준은 올해 등록일수 3일만 더 채우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7일 2군에 내려간 뒤로는 한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서 FA 자격을 얻을 기회가 무산됐다.
윤명준은 그래도 덤덤했다. FA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워진 것은 당장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든 구단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그는 "프로에 들어와서 첫 팀이니까. 서운한 마음을 갖지 않는 게 쉽진 않다. 방출 통보를 받은 뒤에도 마음은 계속 이 팀에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어릴 때부터 있던 형들도 이제는 거의 다 나갔고,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뭔가 한 세대가 바뀌는 느낌이 들고 그랬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은 윤명준에게 큰 위로가 됐다. 윤명준이 팀을 떠나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오랜 기간 팀을 위해 공헌한 선수와 이렇게 결별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명준은 "팬들께서 올린 글들을 봤다. 원래는 잘 안 보는데, 요즘 하도 할 게 없어서 보게 됐다(웃음). 그런 글들을 쭉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그래도 팬들께서 나라는 선수를 알아주셔서 더 고맙게 생각한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한 윤명준은 전천후 불펜 투수로 맹활약했다. 안정적인 제구력이 가장 큰 무기였다. 1군 통산 389경기에서 28승, 15세이브, 63홀드, 420⅓이닝,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두산의 황금기인 2015, 2016, 2019년 3차례 우승에 모두 공헌한 주역이었다.
올해는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20경기에서 22⅓이닝, 평균자책점 8.46에 그쳤다. 그러나 현역을 포기해야 하는 몸 상태는 아니다. 올해 최고 구속 145㎞를 기록했다. 대부분 구단이 투수난에 시달리는 요즘 충분히 탐을 낼 만한 베테랑이다.
윤명준은 "올해 개인적으로는 몸 상태가 더 좋았다. 결과를 내지 못하다 보니까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 에이징 커브가 온 게 아니냐 이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몸 상태는 어느 해보다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하게 볼이 빠르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충분히 1군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단 개인 훈련을 계속 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한번 더 표현했다. 윤명준은 "팬들께는 죄송한 게 많다.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나가게 돼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고 감사한 것도 많다. 내가 야구하는 동안 잘하든 못하든 많이 응원을 해주셔서 보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10년 넘게 한 팀에 있다 보니까 팬분들도 거의 가족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못하면 팬분들의 기분도 안 좋지 않나. 이제 두산 윤명준은 아니지만,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게 된다면 서로 응원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