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자" 유쾌하게 외쳤던 외국인, 경력 무색하게 진짜 집에 간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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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2
▲ 부진 및 부상으로 퇴출의 쓴맛을 맛본 이반 노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SSG의 새 외국인 투수로 낙점된 이반 노바(35)는 경력부터 남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90승을 거둔 투수였다. 경력의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이 경력이 KBO리그에서 어떻게 통용될지는 큰 관심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한 시기도 있었고, 그러면서도 이른바 '워크에식'에서는 한 번도 큰 문제가 없었던 선수였다. 한국에 와서도 그랬다. 한국 문화를 존중했고, 선수단을 존중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투수가 특별히 내세우는 건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였다.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도 비교적 잘 지냈다.
간단한 한국어를 외치면서 웃음을 사기도 했다. 동료인 윌머 폰트가 진중한 성격의 선수라면, 노바는 유쾌한 쪽에 가까웠다. 경기가 끝나면 동료들에게 한국어로 "이제 집에 가자"라고 말하는 등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러나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성적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피해가지 못했다.
SSG는 12일 올해 대만에서 뛰던 좌완 숀 모리만도(30)와 총액 23만 달러(연봉 18만 달러‧인센티브 5만 달러)에 계약하며 노바를 방출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SSG는 미국에서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었으나 선순위 대상들과 협상이 어그러졌고, 트리플A에서 뛰는 선수보다는 대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모리만도를 선택했다. 대만 구단과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구단에서 쉽게 풀어준 게 다행이었다.
노바는 12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6.50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정말 집에 간다. 물론 SSG가 노바에 외국인 에이스의 활약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며 3점대 후반 정도의 평균자책점만 기록해도 성공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최소한의 기대치도 충족시키지 못하며 씁쓸한 이별을 맛보게 됐다.
SSG가 노바를 영입한 건 구속이 떨어져도 제구가 좋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구속은 기대 이상인데 제구가 기대 이하였다. 무슨 문제인지 좀처럼 자신의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여기에 건강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고관절 쪽에 통증이 있었고, 막판에는 팔꿈치 쪽에 이상이 있었다.
SSG는 노바를 불펜으로 돌려 마지막 테스트를 할 생각이었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깔끔하게 미련을 접고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다. 노바에 앞서 퇴출된 케빈 크론은 이미 한국을 떠났고, 노바 또한 한국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편 SSG는 모리만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중신 브라더스에서 15경기에 나가 7승5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앞서 영입한 우타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와 함께 SSG 후반기 1위 수성의 키 퍼즐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