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284' 용호상박.. 이슬람 마카체프, P4P 1위 볼카노프스키도 이겼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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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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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타격의 신과 그래플링의 신의 격돌이었다. 종합격투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 엄청난 경기였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가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를 상대로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마카체프는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를 지켜내며 최고의 UFC 파이터가 됐다. 볼카노프스키는 라이트급 챔피언 도전에 실패했다.
마카체프와 볼카노프스키는 12일(한국시간) 호주 퍼스 RAC 아레나에서 열린 ‘UFC 284: 마카체프 vs 볼카노프스키’ 메인 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격돌했다.
볼카노프스키는 모든 선수가 체급이 같다는 가정 하에 전 체급 최고의 선수를 뽑는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카체프는 파운드 포 파운드 2위다. P4P 1위와 2위의 대결만으로 경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그야말로 ‘슈퍼 파이트’다. 지난 UFC 280 대회가 끝난 후 마카체프의 코치이자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마카체프는 라이트급뿐만 아니라 P4P 최고의 파이터다. 호주로 가서 P4P 제왕 볼카노프스키의 뒷마당에서 싸우겠다”라고 도발했다.
이에 볼카노프스키가 직접 옥타곤에 올라와 “라이트급 타이틀과 P4P 1위를 걸고 싸우자”라고 답해 경기가 성사됐다.
볼카노프스키는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급에서도 챔피언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페더급 파이터 중 하나로 꼽히는 맥스 할로웨이를 세 번이나 제압했다. 지난해 3월에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이겼다.
그의 상대인 마카체프는 그래플러 스타일이다. 러시아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인 그는 동네 형 하빕과 레슬링과 삼보를 수련하며 자랐다. 2016년에는 세계 삼보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022년에는 찰스 올리베이라(34·브라질)를 상대로 2라운드 서브미션 승을 거두며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래플링에서는 마카체프를 이길 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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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체프는 볼카노프스키의 약점을 레슬링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호주에는 레슬링이 없다”라고 도발했다.
볼카노프스키는 “우리나라에 레슬링이 없다고? 시작하자마자 더블렉 테이크다운을 걸어주겠다”라며 자신있게 나섰다.
체격적인 열세에는 “체육관에서 매일 나보다 무거운 선수들과 훈련한다. 마카체프가 나를 허약한 페더급 선수라고 생각한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카체프는 “나는 볼카노프스키의 지난 상대들과 다른 스타일을 가졌다. 정찬성처럼 미친듯이 정면으로 들어가지 않고, 따라다니기만 한 할로웨이와도 다르다”라며 “서브미션 대신 KO가 목표다. 볼카노프스키는 훌륭한 타격가다. 그를 KO 시키고 P4P 제왕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볼카노프스키는 “마카체프는 계산적인 파이터다. 그는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분명 테이크다운을 노릴 것이고, 그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계체 이벤트에서 마카체프는 155파운드(70.3㎏), 볼카노프스키는 154.5파운드(70.1㎏)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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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환호 속에 경기가 시작됐다. 이번 경기 탑독이라 평가받은 볼카노프스키는 경기 초반 신중하게 경기를 펼쳤다. 마카체프도 거리를 재며 신중하게 탐색전을 펼쳤다. 볼카노프스키는 왼손 정타로 마카체프의 중심을 흔들었다. 마카체프도 타격으로 볼카노프스키가 휘청거린 틈을 타 레슬링으로 넘어뜨렸다. 마카체프는 볼카노프스키의 백을 잡고 초크를 시도했다. 볼카노프스키는 마카체프의 그립을 버티며 1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에서 볼카노프스키는 마카체프의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을 버티며 일어섰다. 그는 오히려 마카체프를 압박하고 클린치 싸움에 임했다. 스탠딩 타격전에서 마카체프에게 잽을 허용했으나, 마지막까지 케이지로 밀어붙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카체프도 부지런히 타격을 시도했다. 서로 안면 타격을 주고 받았고, 붙었을 때는 주특기인 레슬링으로 볼카노프스키를 압박했다. 하지만 볼카노프스키는 훌륭한 방어로 마카체프의 레슬링을 이겨냈다. 오히려 볼카노프스키가 마카체프를 잡고 쓰러뜨리려는 장면도 나왔다. 3라운드까지 양측은 치열한 접전으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마카체프는 볼카노프스키의 다리를 묶고 넘어뜨렸다. 백 포지션 상태에서 볼카노프스키는 몸을 틀어 빠져나오려 했지만 하체가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마카체프의 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4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마카체프의 날카로운 펀치가 볼카노프스키의 턱에 적중했다. 볼카노프스키는 마카체프에게 테이크다운을 시도했고, 둘은 레슬링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볼카노프스키의 펀치가 마카체프에게 적중했고, 마카체프는 등을 대고 누웠다. 볼카노프스키는 괴물 레슬러 마카체프를 상대로 상위 포지션에서 인상적인 파운딩 장면을 보였다.
엄청난 환호 속에 심판 판정이 나왔다. 이슬람 마카체프는 만장일치 판정승(48-47, 48-47, 49-46)을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카체프는 “여기는 볼카노프스키의 홈그라운드다. 하지만 내가 최고다”라고 전했다.
볼카노프스키는 “재밌는 경기였다.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축하를 보낸다”라며 “상대는 내 그래플링을 리스펙트했고, 나는 상대의 타격을 좀 얕봤는데, 서로 리스펙트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제는 라이트급이 아닌 페더급 (잠정 챔피언) 야이르 로드리게즈와의 경기에 집중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로써 라이트급 챔피언 도전에 실패한 볼카노프스키는 페더급으로 돌아가 잠정 챔피언 야이르 로드리게즈와 격전을 준비하게 됐다. 이슬람 마카체프는 12연승을 달려 총 전적 25전 24승 1패를 기록했다.
tha9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