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30년 만에 유타로 돌아온 별들의 잔치, NBA 올스타게임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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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8
[점프볼=유타(미국)/이호민 통신원] 실로 오랜만에 찾게 되는 NBA 올스타 주간 현장.
2020년 2월 시카고 올스타 주간을 참관한 이후 3년 만이다. 2021년 올스타 주간은 애틀랜타에서 열렸으나, 팬데믹탓에 무관중으로 진행됐고, 2022년 클리블랜드 올스타 주간은 코로나19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어 건너뛰어야 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유타의 솔트레이크 시티(이하 SLC)에서 개최되니, 새로운 도시 여행도 할 겸 일석이조.
올스타 주간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무엇보다도 리그를 화려하게 수놓은 전·현역 출연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르브론 제임스, 야니스 아테토쿤보,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와 같은 주연을 비롯해서, 2022년 1순위로 지명된 올랜도 매직의 파올로 반케로와 신인상 수상자 스카티 반즈와 같은 떠오르는 스타, 픽-앤-롤 공격패턴으로 1990년대 서부지구를 호령했던 ‘영혼의 단짝’ 칼 말론-존 스탁턴과 같은 올스타 개최지의 레전드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최상위 티어 농구인이 집결하는 자리가 어디 흔하랴.
‘직관러’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올스타 주간의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1. 개최지와 연고지 팀에 대한 사전조사
NBA 올스타전의 개최지가 매년 바뀌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지역 동문잔치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50개주로 구성되어있는 광활한 땅에서 돌아가며 축제를 벌이며, 각기 다른 로컬 팀과 연고 지역이 각광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9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올스타 주간이 개최되었을 때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레전드, 데이비드 탐슨이 초대되어 각종 올스타 모임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탐슨은 샬럿 호네츠 구단주이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이 가장 존경했던 우상이기도 했다. 2020년에는 시카고 태생인 드웨인 웨이드, 불스 출신 토니 쿠코치와 스카티 피펜 등이 연사로 초대되었다.
그렇다면 유타에서는 누구를 만나볼 수 있을까?
추정컨대 유타가 낳고 키운 정교한 슈터 톰 체임버스, 브리검 영 대학 출신 장신센터 숀 브래들리, 유타 대학 출신으로는 래리 버드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았던 키스 반 혼, ‘교수님’ 안드레 밀러와 1순위 지명 출신 앤드류 보거트로 1차적인 명단을 작성했다.
유타 재즈 동문도 누가 있었는지 연감을 살펴본다.
십수 년 전쯤으로 시계를 돌리니, 한때 크리스 폴과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던 데론 윌리엄스가 벌써 라이징 스타 챌린지의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같은 세대 팀 동료였던 빅맨 카를로스 부저와 러시아 출신 ‘AK-47’ 안드레이 키릴렌코도 참석하지 않을까 유추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북적거려서 자세히 보니 조 듀마스가 메멧 오쿠어의 자녀들에게 자신이 아빠를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팀에 영입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호텔 로비로 내려가더니 오쿠어가 ‘디!!!’ 라고 해서 누군가 싶었는데 데론 윌리엄스였다.
말론-스탁턴과 함께 합을 맞추어 유타 재즈를 NBA 파이널에 올려놨던 제프 호나섹, 그렉 오스터텍, 마이클 조던 ‘LAST SHOT’의 희생양 브라이언 러셀도 빠지면 섭섭하다. 80년대의 ‘초콜릿 썬더’ 데릴 그리피스, 아드리안 댄틀리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몇 세대를 거슬러 돌아가는 경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LC 시내를 거닐다가 유년시절 추억의 스타와 우연히 마주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해당 지역과 연고팀에 대한 역사공부를 하고 나면 아는만큼 더 보이기 마련이다. 여담이지만 4년 전, 샬럿 올스타 주간 당시 호텔 커피숍 옆자리에서 인사를 나눴던 재즈 출신의 수비 전문가 (고)마크 이튼도 자리를 빛냈을 텐데 한은 아쉬움이 들었다.
2. 농구팬들을 위한 쇼핑 천국
최근 국내에서는 극장판 ‘슬램덩크’가 304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지갑털이 촉매제가 되었다는데, 올스타 주간도 이와 같이 농구팬의 구미를 당길만한 신상품과 한정판 MD의 출시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2014년 뉴올리언즈 올스타 주간에는 아디다스의 전속모델인 카림 압둘-자바와 디켐베 무톰보의 시그니쳐 슈즈가 재발매 되어 두 레전드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에어조던11과 같은 인기 모델이 한정적으로 재출시가 되기도 한다.
‘The Shop Salt Lake City’라는 특설쇼핑공간에서 각종 팝업 스토어가 일시적으로 공개된다고 하니 미리 지갑을 두둑히 장전해야 할 것이다. ‘The Gateway - Scott's Cactus Jack’ 컬렉션이 레트로 유니폼 대표업체인 미첼엔네스와 협업하여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니, 눈요기라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 생생한 공개방송 방청
올스타 주간 또 하나의 묘미는 개최지 곳곳에서 농구관련 방송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청권 ‘광클’을 통해서 어렵사리 얻어낸 ‘NBA on TNT’ 로드쇼에서 샤크, 바클리, 케니 스미스의 농담 따먹기와 막장논쟁을 현장에서 지켜보면 그만한 스탠드업 코미디가 없다. SLC로 향하는 비행기 옆 좌석에 우연찮게 샤킬 오닐의 보디가드가 타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곧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20년 시카고에서는 ESPN의 ‘Jump’라는 NBA쇼 방청권을 얻어 구경했는데, 스카티 피펜과 트레이시 맥그레디를 동시에 만나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에게 최근 농구계를 발칵 뒤흔든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 트레이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4. 농구 행사장 방문
올스타 공식 행사는 주로 저녁시간에 몰려있다. 이렇다 보니 낮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도 될텐데, 이만큼 쓸데없는 걱정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NBA팬의 호기심을 자극할 행사로 하루를 가득 채워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크로스오버’로 직행할 것을 추천한다. 남녀노소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행사장을 대관하여 NBA 스타와의 대결, 경기장 DJ의 화려한 퍼포먼스, 레전드의 담론을 한자리에서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 기술중 하나인 크로스오버는 농구용어 외에도 각기 다른 두 종류의 혼합을 뜻하기도 하는데, 리그의 스폰서인 기업체들과 농구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2018년부터 시행된 행사다.
2022년 클리블랜드 올스타 주간에는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슬램덩크 아티스트 도미니크 월킨스의 깜짝 유니폼 증정 이벤트, 캐벌리어스의 영건 다리우스 갈랜드와 에반 모블리의 사인회, 유명 디자이너의 즉석 커스텀 상품 제작쇼까지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 바 있다.
올해 크로스오버에도 벌써부터 드웨인 웨이드(웨이드는 실제로 유타 재즈의 지분 소유주이기도 하다), 콜린 섹스턴, 워커 케슬러와 같은 재즈 소속 스타들의 일정이 속속 공개되고 있어 팬들을 기대케 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외에도 시내 곳곳에서 스폰서 기업의 자체 행사장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각종 통신사, 보험사, 자동차회사의 홍보체험관을 둘러보며 무료증정품을 받거나, 스타 선수와의 포토타임과 사인회를 참석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5. 경기 즐기기!
올스타 주간을 만끽하기 위한 마지막 팁은 당연히 올스타 경기와 이벤트 직관이다. 라이징 스타 경기는 대체적으로 일반 NBA 경기와 표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올스타 팬 공개 훈련도 저렴하게 참관이 가능하다.
2013년 휴스턴 올스타 주간에 직접 봤던 카이리의 드리블 마술쇼, 2016년 토론토 올스타 당시 영하 20도 날씨를 녹여버린 잭 라빈과 애런 고든의 환상적인 덩크 콘테스트, 2017년 LA 올스타전 명승부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특별한 추억이었다.
또 어떤 색다른 경험을 유타에서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대에 걸맞는 잔치가 준비되었다는 점이다.
#사진=이호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