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승엽, 초보 맞나…판을 바꾼 2가지 결단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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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2
![감독 이승엽, 초보 맞나…판을 바꾼 2가지 결단 감독 이승엽, 초보 맞나…판을 바꾼 2가지 결단](https://cdnfor.me/data/images/2f/9dd17bf52c1760ff17029f37dfc122.jpg)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의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묘수가 됐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결단력이 돋보인 선수 기용이 결국 경기의 판도를 바꿨다.
두산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10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승리의 이유를 딱 한두 가지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긴 경기였지만, 이 감독의 뚝심이 엿보인 선수 기용을 투타에서 한 명씩 꼽으라면 단연 내야수 이유찬(25)과 투수 박치국(25)이다.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9번타자 유격수로 이름을 올린 이유찬이었다. 이 감독은 "이유찬이 수비가 좋고 어깨도 강하다. 또 워낙 빠른 선수다. 긴장만 안 하면 좋은 선수다. 1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경기를 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주전 유격수를 확정하지 못해 고민이 깊었다. 센터라인을 강화하려면 확실한 주전 유격수를 정해 고정해야 했는데, 1명을 딱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냉정하게 이유찬은 호주 스프링캠프 시작 당시만 해도 유격수 경쟁에서 후순위였다. 봄에는 베테랑 김재호(38)와 '포스트 김재호'로 불리는 안재석(21)이 훨씬 더 주목을 받았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이 감독의 눈은 이유찬에게 향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이 감독이 지켜본 이유찬의 장점을 1군 무대에서 긴장하지만 않고 보여준다면 승산이 있다 믿었다.
이유찬은 이 감독의 기대에 200% 부응하며 드라마 같은 끝내기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이유찬은 3-8로 뒤진 7회말 5득점 빅이닝의 서막을 알리는 타격을 펼쳤다. 이유찬은 무사 1, 3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4-8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로하스의 1타점 적시타와 김재환의 동점 3점포가 터지면서 8-8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8회말에는 스퀴즈번트 작전까지 성공했다. 이유찬은 1사 3루에서 투수와 1루수 사이 코스로 절묘하게 스퀴즈번트를 대면서 3루주자 조수행을 불러들였다. 9-8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이유찬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 감독은 "히팅 사인에서 희생플라이를 친 건 점수차가 나서 맡겼다. 1점차 승부라 한 점이 정말 중요했다. 이유찬이 타격도 좋은 선수지만, 9번타자로 나왔고 개막전 첫 출전이라 분명 긴장했을 것이다. 그 상황(8회)에서는 안타보다는 번트가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3루에 주자가 조수행이었기 때문에 시도했다"고 설명하며 이유찬을 기특해했다.
투수 박치국을 마운드에 올린 의외의 선택도 이 감독의 절묘한 한 수가 됐다. 9회초 등판한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1사 3루 위기에서 안권수에게 우중간 적시 3루타를 얻어맞아 9-9 동점이 됐다. 마무리투수가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는 보통 조금 더 믿고 맡기는 선택을 하곤 하지만, 이 감독은 빠르게 박치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박치국의 페이스가 좋았다면 물음표가 붙지 않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박치국은 2020년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두산의 필승조로 맹활약한 사이드암이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도 팔꿈치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지난 시즌 후반기는 거의 휴식을 취해야 했고, 올해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1패, 2홀드, 4⅓이닝, 평균자책점 10.38에 그쳤다. 필승 카드로는 무리가 있는 선택일 수 있었다.
박치국은 첫 타자 안치홍을 공 하나로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이 모든 우려를 한꺼번에 날렸다. 2사 3루에서는 잭 렉스를 자동고의4구로 거르고, 한동희를 공 2개로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으면서 연장전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박치국은 연장 10회 선두타자 고승민을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전준우-노진혁-정보근을 연달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롯데의 흐름을 완전히 끊었다. 1⅔이닝 무실점 완벽투였다.
박치국의 호투는 개막전부터 빨간불이 들어온 두산 마운드에 단비 같았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4실점에 그쳤는데, 연장 11회까지 경기가 길어지면서 말 그대로 투수를 쏟아부어야 했다. 그 와중에 박치국이 아웃카운트를 5개나 책임져 큰 힘이 됐다.
이 감독은 초보답지 않게 극적인 승리를 이끈 과감한 선택을 여러 차례 보여주고도 "너무 힘들었다. 알칸타라가 4회까지 던지고 내려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음 3점 내면서 좋은 흐름 가겠다 했는데, 3점 주고 또 역전하면서 시소게임이 되면서 힘들었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이어 "두산의 힘을 느낀 것 같아 좋았다"며 끝까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