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년 필요" KIA 슈퍼루키, 1군 적응 시간 얼마나 단축할까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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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6
![](https://cdnfor.me/data/images/66/563adb314786cefe6af62e3c484efb.jpg)
시작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2022년 KIA의 마지막 1차 지명자로서 시범경기에 참여했고 12경기 타율 0.432, OPS(출루율+장타율) 1.068로 제2의 이종범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덕분에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고졸 야수로는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그 기대는 한 달 만에 무너졌다. 4월 22경기에서 2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24개의 삼진을 당했고 타율은 0.179(84타수 15안타)에 그쳤다.
이후 5월 19경기 42타석, 6월 17경기 15타석으로 방망이를 든 김도영을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모두가 떠난 뒤면 김도영은 야간 특타를 자처해 텅 빈 관중석을 마주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장타를 늘리기 위해 장착했던 레그킥을 버렸고 무작정 치는 대신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형성하며 1군 투수들의 공을 눈으로 익혔다.
이 과정은 매우 필요했고 또 중요했다. 한 KBO 구단 관계자 A는 스타뉴스에 "보통 신인 우타자는 1군에 적응하기까지 최소 3년은 필요하다. 주된 이유는 우투수들의 변화구다. 고교 무대와 프로의 변화구 수준 차이는 매우 크다. 프로 투수들의 빠른 직구에 밀리지 않기 위해 몸도 키워야 하고 변화구는 많이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수비는 또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훈의 성과는 후반기에 나타났다. 7월부터 차츰 타석을 늘리기 시작해 후반 36경기 동안 타율 0.283(60타수 17안타), 출루율 0.386, 장타율 0.417을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으나, 타율 0.220(164타수 36안타), 출루율 0.283, 장타율 0.341을 마크한 전반기보단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김도영./사진=KIA 타이거즈
특히 삼진을 당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시즌 첫 두 달 6볼넷 35삼진에 달한 것이 후반기 9볼넷 19삼진으로 볼넷은 늘고 삼진은 감소했다. 김도영의 눈에 차츰 1군 투수들의 공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또 긍정적인 것은 1군 투수들의 공에 애를 먹으면서도 한 번 치면 곧잘 장타를 뽑아냈다. 한국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순장타율은 0.125로 리그 평균(0.119)보다 높고 wRC+(조정 득점 생산력)는 88.1로 리그 평균에 조금 못 미쳤다. 타석 표본은 부족하지만, 수치만 놓고 봤을 때 루키 중에서는 단연 발군이다.
이러한 결과에 김도영의 프로 2년 차 시즌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는 "신인에게 너무 한 번에 많은 것을 잘하길 바라서는 안 된다"면서 "김도영도 내년에 잘할 근거는 충분하다. 신인치고 그렇게 많은 삼진을 당하지 않았고 발현된 파워도 나쁘지 않았다. 볼넷, 삼진 비율도 리그 평균에 근접했다. 그 나이에 프로 1군 무대에서 이 정도 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군 적응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까. 관건은 수비였다. 구단 관계자 A는 "신인 선수들이 1군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수비가 필요하다. 타격은 슬럼프도 있고 보통 4타석은 주어져 만회할 기회도 있지만, 수비는 꾸준해야 한다. 신인은 특히 수비가 흔들리면 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잦아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영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올해는 3루수로 더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3루수로서 69경기 407이닝, 유격수로서 28경기 160⅔이닝을 소화했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27)가 뛰어난 활약이 있었으나, 김도영의 시즌 초반 수비에서 미숙함이 보였다. 어깨는 기존 평가대로 강견이었으나, 볼 핸들링과 타구 판단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시즌이 진행될수록 개선돼 차츰 수비 범위도 넓혀갔다.
KIA는 김도영에게 한 해 반짝한 슈퍼 루키가 아닌 10년을 믿고 맡길 팀의 기둥이 돼주길 기대한다. 그 10년의 첫해를 김도영은 무척 잘 치러냈다.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버텨 신인 중 황성빈(25·롯데) 다음으로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발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슈퍼 루키 딱지를 뗀 김도영의 2년 차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