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키움 하영민 "하도 많이 맞아서 내구성 생겨"(종합)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오른손 투수 하영민이 경기 중 타구에 맞아 쓰러지고도 응급 처치를 받고 무실점 역투를 펼쳐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하영민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으로 앞선 3회 1사 후 NC 박민우의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 근처를 직격당했다.
하영민의 타구에 맞고 굴절된 타구는 3루수 쪽으로 굴러갔고, 3루수 오선진이 1루에 송구해 박민우를 잡았다.
하영민은 박민우가 아웃되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라운드에 쓰러져 심각한 통증을 호소했고, 박민우도 곧바로 하영민에게 달려가 사과했다.
타구에 맞은 하영민이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자 경기장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은 들것을 들고나왔고, 그라운드에 구급차가 들어왔다.
그러나 하영민은 계속 던질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고, 구단 트레이너가 매준 붕대를 감고 스스로 섰다.
김주원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하영민은 통증이 심한 탓인지 천천히 걸어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4회를 3자 범퇴로 처리한 하영민은 5회 선두타자 권희동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도태훈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실점 위기를 맞은 그는 김형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김휘집에게 볼넷을 허용, 역전 주자를 내보냈다.
여기서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에게 높은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간 하영민은 투아웃을 잡아놓고 맷 데이비슨에게 2루타,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권희동과 7구 대결을 벌인 그는 커터를 결정구로 써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임무를 마쳤다.
6이닝 95구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한 하영민은 1-0으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원종현에게 넘겼고, 팀은 줄곧 앞선 채 5-1로 승리해 하영민은 시즌 2승(1패)째를 수확했다.
경기 후 만난 하영민은 "연패를 끊어서 무척 기분 좋다. 팬들께서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셨는데 잘 던져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타구에 맞은 뒤에도 계속 투구한 것에 대해서는 "하도 맞아서 내구성이 생겼는지 또 금방 괜찮아졌다"며 "너무 아파서 처음에는 힘이 안 들어갔다. 그래도 조금 쉬니까 괜찮아졌고, 아픈 거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던지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영민은 실점 위기마다 삼진을 빼앗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그는 "점수 주지 말자는 생각만 했다. 오늘은 커터 비중을 높였는데, 포수 김건희가 피치컴을 차고 사인 냈다. 건희 덕에 삼진도 잡고, 위기도 넘겼다"면서 "직구는 높은 쪽으로 던져서 보여주기만 하고 포크볼과 커터를 낮은 좌우 코스로 던졌다"고 경기 운영을 돌아봤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5회 2사 1, 2루에서 박민우에게 뽑아낸 삼진이다.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높게 들어갔는데,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스쳐 그대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하영민은 "낮게 보고 던졌는데 높게 갔다. 운이 좋았다. ABS 덕"이라며 "원래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아닌데, 요새 삼진이 많이 나온다. 위기 때 삼진 잡고, 아닐 때 범타를 유도하고자 하는데 나름대로 잘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선발 하영민이 경기 초반 타구에 맞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지만,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역투했다. 하영민의 투혼이 팀에 승리 의지를 불어 넣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