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한국 야구, 마지막 믿을 구석은 또 김광현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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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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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1차전에서 호주에 7-8로 패했다. 한국은 1라운드 통과를 위해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일본에 마저 패하면 탈락 확정이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가 중심을 잡으면서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WBC 대회를 앞두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한신과 치른 평가전에서도 8-1, 9-1 대승을 거뒀다.
지금 한국은 일본을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여유도 없다. 어쨌든 무조건 싸워서 이길 생각만 해야 한다. 다음 경기는 신경쓰지 말고 일본전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전 선발로 김광현을 예고했다. 당초 오후 7시에 열리는 일본-중국전이 끝난 뒤 선발투수를 공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주전 패배 후 마음을 바꿔 곧바로 선발을 공개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초반은 베테랑 투수가 끌어줘야 한다”며 “일본 대표팀이 김광현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경험 있는 투수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야구의 에이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19 프리미어12까지 국제대회만 16경기에 등판했다. 일본을 상대로도 많은 경기를 치렀다.
김광현은 일본을 상대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였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과 두 차례 맞붙어 호투를 펼쳤다. 예선 라운드에서 5⅓이닝 1실점, 준결승에서 8이닝 2실점을 하며 금메달을 견인했다. 당시에는 ‘일본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후 일본의 현미경 분석에 고전했다. 2009 WBC 한일전에서 난타당하며 1⅓이닝 8실점 했다. 가장 최근에 맞붙었던 2015년 프리미어12 예선전에서도 2⅔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이강철 감독은 일본에 고전하는 김광현 대신 구창모(NC)나 이의리(KIA) 등 젊은 좌완투수의 선발 기용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들이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극심한 제구 난조를 드러내자 다시 김광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를 이겼더라면 이강철 감독도 부담을 덜고 구창모,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울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믿을 만한 선수는 김광현뿐이다.
김광현에게는 부담스러운 싸움이다. ‘이도류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를 비롯해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56홈런을 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달러 계약을 한 요시다 마사타카 등 강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홈 이점도 있다. 도쿄돔 관중석을 가득 메울 일본 관중들은 일방적인 응원을 펼칠 것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 전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시구를 한 뒤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번 한국전을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과 맞설 일본 대표팀 선발 투수는 MLB 통산 95승을 거둔 다르빗슈다. 지난 시즌에도 16승(8패)을 거두며 건재함을 뽐낸 다르빗슈는 일찌감치 한국전 선발로 낙점됐다. 호주전을 마치고 갑작스레 선발로 결정된 김광현과 준비 과정 자체가 다르다.
김광현으로선 부담스러운 싸움이지만 한국 야구가 기댈 수 있는 믿을 구석은 김광현뿐이다. 그만큼 김광현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