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 40-40 이어 역대급 외인 탄생…페디 20승-200K 달성, 'SUN 대기록' 37년 만에 정복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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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 NC 에릭 페디가 한화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 NC 에릭 페디가 한화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이제는 KBO 리그 역사에 남을 '역대급 외국인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 다이노스의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마침내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는 쾌거를 낳았다.
페디는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페디는 6이닝 동안 91구를 던지면서 안타 7개를 맞았고 볼넷은 1개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페디가 수확한 탈삼진은 6개.
마침 NC가 2-0으로 승리하면서 승리투수 역시 페디의 몫이 됐다. 이로써 페디는 시즌 20승 고지를 점령했다. KBO 리그 역사상 22번째로 20승 투수가 탄생한 것이다. 페디는 2020년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20승을 달성했던 라울 알칸타라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1982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박철순이 24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가 30승,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의 이상윤이 20승을 수확했고 1984년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이 27승, 1985년 삼성 라이온즈의 김시진과 김일융이 나란히 25승씩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최동원도 20승 투수에 등극하며 사상 첫 2년 연속 2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1986년 해태의 선동열이 24승을 거두며 한국야구 최고의 에이스가 등장했음을 알렸고 1987년 삼성의 김시진이 23승을 거둔데 이어 선동열이 1989년 21승, 1990년 22승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5년 LG 트윈스의 이상훈도 20승 투수의 영광을 안았고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김현욱은 중간계투로만 나서 20승을 기록하는 새 역사를 썼다. 1999년 현대 유니콘스의 정민태도 20승을 기록하며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로 역사에 남았다.
이후 21세기에서는 외국인투수들이 대부분 20승의 영광을 가져갔다. KBO 리그에서 외국인투수가 한 시즌에 20승을 거둔 것은 페디가 역대 7번째다.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가 외국인투수로는 사상 최초로 20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고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앤디 밴헤켄이 20승, 2016년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가 22승, 2017년 KIA 타이거즈의 헥터 노에시가 20승, 2019년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이 20승, 2020년 알칸타라가 20승을 거둔 이후 페디가 20승 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21세기 들어 국내 투수가 20승 고지를 정복한 것은 2017년 KIA의 양현종이 유일하다.
▲ 에릭 페디 ⓒ연합뉴스
▲ 에릭 페디 ⓒ연합뉴스
▲ 에릭 페디 ⓒ연합뉴스
이는 NC 역사상 최초로 20승 투수가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진출한 드류 루친스키가 2020년 19승을 거두면서 아깝게 20승을 놓친 바 있다. 루친스키는 2019~2022년 NC에서 4년간 활약하며 통산 53승 36패 평균자책점 3.06을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페디는 이날 경기에서 200탈삼진까지 기록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탈삼진 198개를 기록하고 있던 페디는 경기 시작부터 1회초 선두타자 최인호를 144km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고 2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채은성을 151km 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 마침내 200탈삼진 고지를 정복했다. 이후 페디는 4회초 노시환과 이명기, 5회초 최재훈, 6회초 문현빈을 상대로 탈삼진을 추가했다. 올 시즌 현재까지 204탈삼진을 적립한 상태.
20승 만큼 귀한 것이 바로 200탈삼진이다. 페디는 KBO 리그 역사상 16번째로 한 시즌에 20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83년 장명부가 220탈삼진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1984년 최동원이 223탈삼진, 1985년 김시진이 201탈삼진, 1986년 선동열이 214탈삼진, 최동원이 208탈삼진, 1988년 선동열이 200탈삼진, 1991년 선동열이 210탈삼진, 1996년 롯데의 주형광이 221탈삼진, 한화 이글스의 정민철이 203탈삼진, 2001년 SK 와이번스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가 215탈삼진, 2006년 한화의 류현진이 204탈삼진, 2012년 류현진이 210탈삼진, 2020년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가 205탈삼진을 기록하며 '200K 투수'의 역사를 이었다.
이어 2021년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가 225탈삼진을 기록하며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해에는 키움의 안우진이 224탈삼진을 기록하면서 아깝게 신기록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 시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모두 기록한 투수는 몇 명이나 있을까. 이는 페디가 역대 5번째에 해당할 만큼 귀중한 기록이다. 1983년 장명부가 30승과 220탈삼진, 1984년 최동원이 27승과 223탈삼진, 1985년 김시진이 25승과 201탈삼진, 1986년 선동열이 24승과 214탈삼진을 각각 기록했다. 2023년 페디가 1986년 선동열의 바통을 이어 받기까지 무려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여기에 외국인투수로는 역대 최초로 20승-200K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NC는 마침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이다. 그래서 페디의 호투는 더욱 값졌다.
페디는 1회초 선두타자 최인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고 문현빈에 우전 안타를 맞았으나 '홈런 1위' 노시환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간단하게 이닝을 끝맺음했다. 2회초 선두타자 윌리엄스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출루를 허용했지만 채은성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흐름을 끊었고 이명기와 이진영을 나란히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 역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 에릭 페디 ⓒ연합뉴스
▲ 에릭 페디 ⓒ연합뉴스
▲ 에릭 페디 ⓒ연합뉴스
3회초 선두타자 최재훈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은 페디는 이도윤의 투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고 최인호에게도 좌중간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페디는 1회에 안타를 맞았던 문현빈과 다시 만났으나 이번엔 유격수 병살타로 요리,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자 페디의 기세가 6회까지 이어졌다. 4회초 선두타자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페디는 윌리엄스를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맞았으나 채은성을 중견수 플라이 아웃, 이명기를 삼진 아웃으로 잡으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5회초 선두타자 이진영을 1루수 땅볼 아웃, 후속타자 최재훈을 삼진 아웃으로 잡은 페디는 이도윤에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최인호를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종료했다.
페디는 6회초 선두타자 문현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고 노시환에 좌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윌리엄스를 2루 땅볼 아웃으로 제압하면서 2아웃째를 수확,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어 채은성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이명기를 1루 땅볼 아웃으로 잡고 또 한번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NC는 7회초 임정호, 8회초 류진욱을 마운드에 올린데 이어 9회초에는 마무리투수 이용찬을 투입해 한화의 추격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이용찬은 시즌 28세이브째를 따냈다.
NC 타선은 2점을 얻은 것이 전부였지만 페디의 호투가 있어 2-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3회말 1사 후 손아섭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최정원이 좌전 안타를 쳤다. 박건우가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으나 제이슨 마틴이 좌전 적시 2루타를 작렬하면서 NC가 2점을 따냈다. 그리고 이것이 이날 경기의 결승타로 기록됐다.
NC는 이날 2-0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전적 73승 64패 2무를 기록했다. 마침 이날 SSG가 KIA를 상대로 6-5 신승을 챙기면서 양팀의 전적은 평행선을 유지했다. SSG 역시 시즌 전적은 73승 64패 2무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양팀은 현재 공동 3위에 위치하고 있다. 한편 이날 KT에 4-5로 패한 두산은 71승 64패 2무를 기록하고 단독 5위로 떨어졌다. 6위 KIA와는 3경기차로 앞서고 있는 상태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NC가 올 시즌 다시 상위권 싸움을 펼치는 원동력에는 역시 '역대급 외인투수' 페디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페디는 올 시즌 강력한 KBO 정규시즌 MVP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그만큼 리그 전체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9경기에서 174⅔이닝을 던져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6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페디는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어 트리플크라운 수상이 유력한 상태다.
한마디로 '투수판 테임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2016년 NC에서 뛰었던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는 KBO 리그 역사에 남을 역대급 외국인타자로 평가를 받는다.
테임즈는 2014년 타율 .343 37홈런 121타점 11도루라는 괴물 같은 타격으로 NC를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더니 2015년 타율 .381 47홈런 140타점 40도루로 KBO 리그 사상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에 성공, 한국야구에 새 역사를 창조했다. 2016년에도 타율 .321 40홈런 121타점 13도루로 활약한 테임즈는 NC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기도 했다.
테임즈는 KBO 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페디 역시 현재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페디의 거취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40-40 클럽을 달성했던 테임즈 ⓒ스포티비뉴스DB
▲ 2020년 20승을 달성했던 라울 알칸타라 ⓒ곽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