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000안타 초읽기…롯데 36세 노장, 2군행이 부활의 시작이었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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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 정훈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사직, 윤욱재 기자] "2군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을 많이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5월 말이었다. 롯데의 돌풍을 지휘하고 있는 래리 서튼(53) 감독은 2군으로 내려간 베테랑 타자를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선수는 바로 다름 아닌 정훈(36). 정훈은 지난달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 했다. 당시 정훈의 시즌 타율은 고작 .077(14타수 1안타)였다.
아무래도 백업 요원으로 가끔씩 타석에 들어서다보니 타격감을 잡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정훈은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가 2군에서 남긴 타율은 무려 .444(27타수 12안타)였고 홈런 1개와 타점 4개 역시 수확하는 한편 삼진은 한 차례만 당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미 서튼 감독은 지난달 말부터 정훈에 대해 "2군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을 많이 끌어올리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고 머지 않아 1군에 올라올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롯데는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 정훈을 등록했다.
롯데는 2일 사직 KIA전에서 정훈을 5번타자 1루수로 중심타선에 배치했다. 아무리 정훈이 2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하지만 과감한 선택인 것은 분명했다. 마침 롯데는 기나긴 서울 원정 여파로 노진혁, 유강남 등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백업 선수들로 라인업을 채워야 했고 상대 선발투수는 최근 개인 통산 162승을 거두고 역대 통산 최다승 단독 2위로 올라선 양현종이라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롯데는 1회부터 대거 7득점을 올리는 집중력을 보여줬고 14-2 대승을 거뒀다. 정훈은 1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투수 앞으로 희생번트를 성공, 팀의 빅 이닝에 일조했다. 그리고 2회말 2사 2루 찬스에서는 좌전 적시 2루타를 작렬하면서 타점까지 수확했다. 이후 볼넷 2개를 고르며 3출루 경기를 해낸 정훈은 5타석 2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을 마크했다.
역시 2군에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이 1군에서도 호조를 이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군에서 타석을 많이 소화하면서 감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는 정훈은 "앞에서 타자들이 많은 득점을 올려줘서 편하게 타석에 들어갔다"라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상대 투수가 워낙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못 쳐도 그만'이라는 마음을 먹은 것이 운 좋게 하나 걸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훈이 2루타를 때린 공은 양현종의 139km 직구였다.
롯데가 3일 사직 KIA전에서 6-5로 승리한 배경에는 정훈의 역전타도 있었다. 롯데는 2-3으로 뒤지던 6회말 2사 2,3루 찬스에서 정훈을 대타로 기용했다. 승부처에 나온 정훈은 이준영의 131km 슬라이더를 때려 좌전 적시타를 쳤고 롯데가 4-3으로 역전하자 포효했다.
정훈은 개인 통산 1000안타 달성을 앞두고 있는 베테랑 타자다. 이제 안타 25개만 추가하면 된다. 지난 2021년 타율 .292 14홈런 79타점을 기록하며 홈런과 타점에서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던 정훈은 '가성비 FA'로 주목을 받았고 롯데와 3년 총액 18억원에 사인했다. 그러나 지난 해 타율 .245 3홈런 32타점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었고 올해도 시즌 초반에 출발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결국 2군행을 피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약이 된 시간이었다. 5월에도 강팀의 면모를 유지한 롯데는 장기 레이스를 버티기 위해서는 정훈과 같은 주전급 백업 요원의 활약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