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부상, 나성범 시즌아웃에 항저우에 3명 차출까지… KIA 낙담할 시간도 없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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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0
▲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나성범 ⓒKIA타이거즈
▲ 나성범의 이탈은 KIA 타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비로 취소된 20일 키움-KIA전을 앞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적막이 감돌았다. 김종국 KIA의 사전 인터뷰도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6연패에 빠진 팀 사정에 나성범(34)의 시즌아웃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었다. 김종국 감독의 목소리도 유독 무거워보였다.
올해 후반기 리그 최고 타자인 나성범은 19일 광주 LG전 도중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꼈다. 8회 상황이었다. 1-4로 뒤진 8회 무사 2,3루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치고 나갔다. 최형우 타석 때 나온 폭투로 2루까지 갔다. 여기까지는 나성범도, 팀의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 주루 상황이 문제였다.
1사 2루에서 김선빈의 우익수 뜬공 때 스타트를 끊어 3루에 슬라이딩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나성범은 곧바로 3루 코치와 뭔가 대화를 나눴다. 트레이닝파트에서 달려 나왔고, 잠시 대화를 주고받은 나성범은 결국 더 뛰는 것을 포기했다. 이우성으로 바뀌어 이날 경기를 마쳤다.
20일 복수 기관에서 진행된 검진 결과는 최악이었다. 오른쪽 햄스트링에 손상이 발견된 것이다. 재활 기간만 10주에서 12주가 걸린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제 KIA에 남은 정규시즌 경기는 24경기. 정규시즌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10주 소견은 그 자체로 시즌아웃이다.
김 감독도 "올 시즌은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은 기간 재활을 해서 내년에 더 준비를 잘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 시즌아웃을 인정했다. 한숨을 내쉰 김 감독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나성범은 올 시즌 개막 전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다. 당시도 부상 정도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이게 두 달이 넘는 재활로 이어져 6월 23일에야 올 시즌 첫 출전을 할 수 있었다. 144경기 전 경기만 5번을 소화한 나성범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장기 결장이었다.
▲ 나성범은 부상으로, 최원준은 대표팀 소집으로 KIA 외야를 이탈한다 ⓒKIA타이거즈
▲ 가뜩이나 힘든 선발진에서 이의리의 차출은 큰 전력 손실이다 ⓒKIA타이거즈
▲ 타격감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항저우 대표팀에 소집되는 최원준 ⓒKIA타이거즈
나성범은 그 후 그간 못 뛴 것까지 만회하려는 듯 대단한 활약을 했다. 시즌 58경기에서 타율 0.365, 18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8이라는 미친 타격감을 선보였다. 58경기에서 홈런 18개라면, 시즌을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30개 이상은 너끈히 칠 수 있는 페이스였다. 나성범 스스로도 이전보다 타이밍이 잘 잡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KIA 타선이 8월 이후 자타 공인 최강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건 결국 나성범의 영향력이었다. 그전에도 이우성 이창진 고종욱 등이 좋은 활약을 하며 나성범의 공백을 최대한 메우려 노력했지만, 그 와중에도 장타에 대한 부분은 메우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나성범이 3번 타순에서 펑펑 장타를 때리면서 팀 득점력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나성범이 없다.
나성범의 이탈도 큰데, 현재 KIA는 주전 유격수이자 올해 팀 야수 MVP 중 하나인 박찬호도 손가락이 좋지 않아 정상 출전이 어렵다. 박찬호는 12일 대구 삼성전 5회 유격수 땅볼을 친 뒤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글러브를 끼는 손이라 수비와 주루는 가능하지만, 타격은 아직이다. 18일 실내에서, 19일 야외에서 각각 가볍게 타격 훈련을 한 정도다.
통증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예상보다 빨리 선발 라인업에 돌아올 수 있다는 건 호재다. 구단에서는 빠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에는 타격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박찬호 스스로도 테이핑을 더 세게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며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어쨌든 인대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고, 이 부상과 공백 기간이 박찬호의 좋았던 타격감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예측 불가다.
악재는 또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지만, KIA도 전력 타격이 제법 크다. 우선 세 명이 간다. 한도를 꽉 채웠다. 마리오 산체스의 팔꿈치 부상으로 최근 가뜩이나 힘들었던 선발진에 이의리가 빠지는 건 생각보다 큰 타격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불펜의 믿을맨인 최지민도 빠진다. 여기에 최근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었던 최원준도 항저우에 간다.
나성범이 있을 때는 최원준의 공백이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수 있었다. 이우성이나 다른 선수들로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성범이 빠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외야수 둘이 빠져 나갔다. 경기 후반 운영 등 여러 부분에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의리를 대체할 만한 선발도 없고, 최지민을 대체할 만한 왼손 불펜도 없다. 이래저래 전력 손실이 큰 KIA다.
▲ 나성범의 대체 자원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우성 ⓒKIA타이거즈
▲ 이탈 선수들의 공백을 나머지 선수들이 최대한 메워야 한다 ⓒKIA타이거즈
▲ 김종국 감독의 선수단 운영도 큰 시험대에 올랐다 ⓒKIA타이거즈
하지만 2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들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있는 선수들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직 포기할 단계도 아니다. 5위 SSG와 경기차는 1경기, 4위 두산과 경기차도 2경기에 불과하다. 남은 경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나성범 최원준 김도영이 없었던 시즌 초반, KIA의 성적이 좋지는 않았어도 꼴찌급 성적도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뛰어야 한다.
김 감독은 일단 이우성 이창진 고종욱을 최대한 잘 활용하며 나성범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지금은 나성범이 있기에 이들의 활용성을 경기 중‧후반에 맞춰 생각하면 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 매치업,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더 면밀하게 파악해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김 감독의 결정이 더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김호령이 22일 등록될 예정이고, 이의리 최지민이 빠진 공백은 나머지 대체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슬퍼하고, 낙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