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무소식' 1차지명 투수, 어떻게 지내요?…"죽어라 운동했어요 진짜"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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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 두산 베어스 이주엽 ⓒ 이천,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죽어라 운동했어요 진짜. 몸이 안 아플 때까지 해보자 그 생각으로 지금 운동하고 있어요."
두산 베어스 2020년 1차지명 우완투수 이주엽(22)은 2020년 9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등판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과 싸우면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훌쩍 3년이 흘렀다. 2021년 6월 현역으로 입대해 지난해 8월 전역했고, 올해는 꼭 잠실 마운드에 다시 오르고 싶었다. 그런데 어깨 통증을 잡느라 반복해서 공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운동은 운동대로 열심히 하는데 마운드에 오를 날은 장담하기 어려운 답답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주엽은 지난달 31일부터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진행하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마무리캠프는 웨이트트레이닝과 기본 기술 훈련 위주로 이뤄지긴 하지만,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평소처럼 성실한 훈련 태도로 눈도장을 찍는다면 다음 시즌에는 1군에서 기회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주엽은 무소식에 가까웠던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지난해는 전역하고 운동만 하면서 기술 훈련에는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다. 몸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준비하려 하는데 시즌 초반부터 어깨가 조금씩 안 좋아서 운동을 멈췄다. 1주일 쉬고 다시 경기를 하려는데 캐치볼 하다가 또 어깨가 안 좋아지더라.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상담해서 2개월 정도 쉬고 다시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2개월을 완전히 쉬고 다시 시작했고, 그러다 투구 폼 수정을 했다. 어깨가 안 아픈 폼을 찾으려다가 내 폼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강하게 못 던지게 됐고, 또 아프면 어쩌나 생각도 들었다. 계속 그런 시간을 보내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훈련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어깨 통증을 다 털어냈다. 이주엽은 "(또 아플까 하는 걱정이) 아주 조금은 있지만, 옛날처럼 던질 때마다 생각이 나는 건 아니다. 비 오는 날이나 날씨가 안 좋은 날 쑤시는 정도"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주엽은 지난 9월 21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여주대학교와 연습 경기에 등판해 실전 감각을 점검했다. 꼬박 3년 만에 마운드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그는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3년 만에 처음 던지는 거니까. 설렘이 많았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서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한 차례 등판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9월 23일 고양 히어로즈와 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면서 무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를 기록했다.
▲ 이주엽 ⓒ 두산 베어스
▲ 지난해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했던 이주엽(가운데) ⓒ 두산 베어스
투구 내용 자체는 완벽했으나 만족하기는 일렀다. 이주엽은 "구속은 신경 안 쓰고 얼마나 실전 감각이 있는지 확인했다. 제구가 되는지 그것만 신경을 썼다. 결과는 좋았는데, 구속은 올려야 한다. 시속 145~146㎞까지는 끌어올리고 싶고, 내년 시즌 중간에는 150㎞까지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주엽의 1군 통산 기록은 4경기, 3⅓이닝, 평균자책점 8.10이다. 1차지명 기대주에게 걸맞지 않은 성적표다. 내년부터는 1군에서 차근차근 등판 기회를 늘려 나가면서 기록을 좋게 바꿔 나가려 한다.
이주엽은 "1차지명이라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구단에서 기대를 해주는 게 있는데, 아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니까. 혼자 초조해지고 빨리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래도 조금 그런 부담을 지우려 한다. 몸 다 만들고, 내가 할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더는 어깨 통증에 가로막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주엽은 "군대 다녀온 기간 빼고, 몸 만드는 시간 빼면 올 시즌부터는 열심히 해야 했는데 몸이 안 됐다. 처음 아플 때는 아플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폼도 망가지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 운동은 운동대로 열심히 하는데 몸은 안 좋아지니까 답답했다. 진짜 죽어라 운동했다. 몸이 안 아플 때까지는 해보자 그 생각으로 지금도 운동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조금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이주엽이 1군 마운드에 섰던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현재 이주엽의 가장 큰 소원은 마운드 위에서 팬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이주엽은 "마운드에서 함성을 느껴보고 싶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가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요즘은 공을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 안 아프고 공을 던지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다"며 내년에는 건강하게 잠실 마운드에 다시 서겠다고 다짐했다.
▲ 이주엽 ⓒ 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