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 좋은 기운을 다시… 내려놓고 처음부터, 박준표의 특별한 마무리캠프
토토군
0
48
0
2023.11.10
▲ 강도 높은 훈련으로 2024년 시즌을 대비하고 있는 박준표 ⓒ곽혜미 기자
▲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약점 보완에 나선 박준표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돌이켜보면 일본 오키나와에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와 성공이 시작된 땅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직후 오키나와 땅을 밟은 박준표(31‧KIA)는 자신감이 넘쳤다. 프로 입단 후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2018년 마무리캠프였다. 경찰야구단에서 2년간 군 복무를 한 박준표는 2018년 11월 열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박준표는 "당시 나는 군에서만 잘했던 선수였다. 군에 다녀와서 다시 시작하는 무대였다"고 당시를 떠올리면서 "캠프 때 죽기 살기로 한다는 마음으로 했었던 것 같다. 당시 캠프 때 군에서보다 더 좋은 공을 던졌다. 코치님들께서 '더 안 봐도 되겠다'고 하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고 했다.
하늘을 찌른 자신감, 그리고 충분한 감각과 실력이 만든 상승세는 그 다음 시즌까지 이어졌다. 2019년 49경기에 나가 5승2패15홀드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하며 경력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다시 마무리캠프 명단에 포함될 이유가 없는 핵심 선수로서의 발돋움이었다. 2020년 성적은 더 좋았다. 데뷔 후 가장 많은 50경기에 나가 7승1패6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하며 KIA 필승조의 믿을맨으로 떠올랐다.
그런 박준표가 31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2023년 KIA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는 것은 그 사이에 뭔가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쉽게도 이후 부상 탓에 상승세가 연결되지는 않았다. 2021년 32경기, 지난해 34경기에 나갔으나 평균자책점은 5점대로 치솟았다. 올해도 33경기에서 28이닝을 던지며 1승3홀드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다. 예전의 위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놨기에 자존심도 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준표는 "해외 캠프도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애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이제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와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5년 전도 생존을 위해 이곳에 왔지만, 지금은 생존이라는 어감이 조금 달라졌다.
올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기는 했지만 얻은 것은 있다고 했다. 그간 잦은 부상에 시달렸으나 올해는 아픈 곳이 없었다. 박준표는 "올해는 몸이 하나도 안 아팠다"고 강조하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팔꿈치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랬다. 올해 목표가 한 번의 멈춤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었는데 그걸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다시 앞으로 나갈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오키나와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그런 무대가 됐다.
▲ 커브의 위력 회복을 캠프 주안점으로 삼고 있는 박준표 ⓒKIA타이거즈
▲ 박준표는 이전의 영광을 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뭉쳤다 ⓒKIA타이거즈
지난 3년간 한창 좋을 때보다는 못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나이다.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박준표는 기술적인 보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준표는 "내년에 피치클락이 생긴다. 내가 퀵모션이 빠른 선수는 아니라서 주자가 있을 때 슬라이드 스탭에 신경을 쓰고 있다. 두 번째는 커브의 위력 회복이다. 커브가 원래 좋았다가 회전이 약해졌다. 투심은 많이 찾았는데 커브는 아직이다. 그래서 커브의 회전력이라든지 팔 스피드가 안 내려가게 하려고 한다"고 한다. 커브의 위력만 회복되면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하다는 게 박준표의 진단이다.
어린 선수들과 캠프를 보내고 있다. 이번 KIA 마무리캠프에서는 최선임급이다. 하지만 박준표는 "동등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2년간 호성적을 거두며 받았던 평가와 환희는 이제 내려놓은 지 오래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캠프에 왔다. 박준표는 "이전에 했던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처음 마무리캠프에 왔을 때처럼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내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예전 기억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면서 "내가 잘하면 나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고, 주축이 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내가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하고 만드는 게 지금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처음이 아닌, 예전에도 그렇게 2군에서 필승조까지 올라가봤던 경험이 있다. 박준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길을 다시 걸어보자고 다짐했다. 다행히 발걸음은 무겁지 않다. 박준표는 "처음에는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지만 안 되다보니 받아들이게 되더라. 예전 것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잘했을 때의 감을 계속 생각하고 영상도 많이 본다. 비시즌 때 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캠프에 이어 바로 투구할 수 있도록 캠프 종료 후에도 1~2주만 쉬고 바로 운동할 계획"이라고 앞을 내다봤다.
몸이 아프지 않았다고 말하는 박준표는 "공에도 힘이 많이 붙었는데 힘이 들어가다 보니 제구가 안 됐다. 조급해서 그랬는데 확실히 더 가다듬고 체력적인 것을 준비하겠다"고 공의 움직임에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즐거운 기억이 있는 오키나와에서 박준표가 자신감을 되찾은 채 예전에 걸었던 길을 되새기고 있다.
▲ 2024년 KIA 불펜의 재기 기대주인 박준표 ⓒKIA타이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