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한테 150만 달러를 주면 어떡해" 눈치 준 단장들, 욕먹은 SSG가 옳았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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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8
▲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SSG 윌머 폰트 ⓒ곽혜미 기자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SSG 윌머 폰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한 외국인 선수의 재계약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우완 윌머 폰트(32)가 그 주인공이었다.
폰트는 지난해 25경기에서 145⅔이닝을 던지며 8승5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 여기에 각이 큰 커브까지 던지며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정을 받았다. SSG도 시장에 폰트 이상의 투수가 없다는 확신을 내리고 재계약에 매달렸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2021년 대비 약간 오른 인상폭을 생각하고 있었던 SSG다. 인상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데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폰트가 지난해 초반 부상으로 출발이 더딘 까닭에 145⅔이닝 소화에 그쳤기 때문이다. 규정이닝(144이닝)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폰트의 에이전시는 완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는 구단도 있었고, 해외 시장 사정을 봤을 때 SSG가 '을'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결국 합의를 본 것이 총액 150만 달러였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10만 달러는 보장 금액이었다. 나머지 20만 달러는 이닝에 인센티브를 걸었다. 그러자 타 구단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45⅔이닝을 던진 폰트에게 150만 달러를 안겨주면, 그보다 더 좋은 활약으로 재계약 대상자에 오른 외국인 투수들은 얼마를 줘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연말 단장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눈총 아닌 눈총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봤을 때 그랬을 뿐, 올해 기준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는 폰트다. 폰트는 7일까지 시즌 12경기에서 80이닝을 소화하며 7승4패 평균자책점 2.03의 빼어난 성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SSG가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릴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을 제공했다. 개막전 9이닝 퍼펙트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더니,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5월 7일 키움전부터 6월 5일 LG전까지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건 폰트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은 투수가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폰트는 지난해 투구 수 관리가 쉽지 않은 유형의 투수였다. 패스트볼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커트되기 시작하면 십중팔구 5이닝 기준 100구에 달해 교체를 해야 했던 투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높은 쪽 존이 확대되면서 폰트의 패스트볼이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부상이 없는 올해는 완벽한 컨디션에서 패스트볼을 뿌리고 있다. 패스트볼의 완급 조절 능력 또한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패스트볼 하나도 버거운 선수인데, 여기에 우타자 바깥쪽으로 완벽하게 떨어지는 커브의 제구 또한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속 150㎞의 패스트볼을 생각하다 120㎞짜리 커브가 존에 뚝 떨어지면 대처는 불가능하다.
굳이 삼진을 고집하지 않고 때로는 맞혀 잡을 수도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올해는 땅볼 비율과 내야 뜬공 비율까지 소폭 높아진 모습으로 든든하게 이닝을 잡아주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주자를 잔루로 처리하는 능력까지 좋아졌다. 무리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폰트에 베팅한 SSG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