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그 후, 이대성이 못 다한 이야기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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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2
![기자회견 그 후, 이대성이 못 다한 이야기 기자회견 그 후, 이대성이 못 다한 이야기](https://cdnfor.me/data/images/ca/c25e1c22cb490ce35da30362ee219e.jpg)
[점프볼=이재범 기자] 입단식이 끝난 뒤 이대성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처럼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내보였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0일 이대성과 박지훈, 이원대, 우동현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입단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이대성이었다.
가스공사는 오리온을 인수할 예정인 데이원스포츠에게 현금만 지불하며 이대성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평균 17.0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에 올랐고, 두 시즌 연속 베스트5에 선정되었던 이대성의 이적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이대성은 “너무 기쁘다. 아쉬움을 생각하자면 아쉬울 수 있지만, 그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오리온에서 보낸 2년의 시간에 대한 감사함, 앞으로 제가 농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기회를 주시고 제 가치를 믿어주신 가스공사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 크다”며 “새로운 선수들, 감독님, 구성원 모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겠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18경기에서 20점+과 야투성공률 50%+ 동시에 기록했다. 이는 허웅(KCC)의 19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대성의 18경기보다 많이 기록한 가장 최근 국내 선수는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 32경기와 31경기의 문태영이다. 문태영 이전에는 2005~2006시즌 25경기의 서장훈이다.
이대성은 공격 능력만큼은 분명 탁월하지만, 경기 흐름에 맞지 않은 공격을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강을준 오리온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열정은 좋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했으면 한다”, “(이정현에게) 이대성이 무리할 때도 있지만, 좋은 건 배우라고 한다. 대성이처럼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대성이는 승부욕이 유독 강하다. 무리하게 하라는 건 아니다”, “쫓기면서 공격을 하는 게 아쉽다. 그런 농구를 하면 안 된다. 할 때와 안 할 때 구분하라고 했다”고 이대성에게 하는 주문들을 언급했다.
이대성은 나 홀로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전 항상 이런 결을 가지고 있다. 혼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 결과로 말을 하면 된다. 저에게는 잣대가 심한 거 같다. 왜 저에게만 그런 잣대를 들이미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선수가 그런 것에 맞춰서 결과를 내려고 하고, 증명하고, 옮고 그름에 있어서 서로 의견을 내세워 정답을 만들어가는 이런 부분이 성장이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받아들이지만, 아쉽기는 하다(웃음)”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사실 혼자 한다 이런 건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우승을 했더니 개인적으로 이게 아쉽다고 하고, 이제는 개인적인 결과가 따라오니까 우승을 못한다는 말이 따라온다. 어느 쪽에 가치를 두는지 가치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판단 기준을 아쉬워했다.
가스공사가 이대성을 영입하며 데이원스포츠에 지급한 금액은 6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성의 가치를 고려할 때 적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선수의 가치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한 시즌을 치르며 이대성에게 지급될 보수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다.
이대성도 “있는 그대로 표면적으로 이것 밖에 안 되지 생각하는 게, 쉽게 저의 단점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게 아쉽다”며 “팀이 새로 인수되었다. 새로운 감독님께서 기존에 있던 팀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셨다. 다음 시즌 FA이기도 하다. (데이원스포츠가) 새로운 색깔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 거기에 맞게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구단 상황에 따라 정해진 금액으로 여겼다.
이대성은 입단식에서 어떤 식으로 팀에 기여를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뒤 “지금까지 볼 핸들러 위주로 경기를 많이 했고, 욕심도 냈다. 지난 시즌 오리온에서 미드레인지 게임 연구도 하고, 경기에서 적용했다. 이제는 볼 없는 움직임에서 차지할 수 있는 역량을 지난 시즌 확인했다”며 “상황에 따라서 1번(포인트가드)으로 볼 배급이나 수비, 2번(슈팅가드)으로 득점원 역할을, 개인이 아닌 감독님께서 주시는 선에서 최대한 100% 가깝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목표는 그렇고, 크게 보면 이번 시즌이 우승할 최대 기회라고 생각한다. 동료들, 입단하는 선수들 구색을 봤을 때 예전 현대모비스에서 우승했을 때만큼 좋은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제가 해온 걸 비교하면 의아하겠지만, 수비가 필요하면 수비 등 무조건 우승에 맞춰서 팀이 원하는 방향에 에너지를 쏟겠다”고 덧붙였다.
이대성은 유도훈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농구를 하겠다고 한 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자 “사람들은 저를 계속 완성형 선수로 판단을 하시지만, 저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하시면, 대한민국 농구 선수 중에서 제 나이에 미드레인지를 만든 선수가 있나? 이걸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발전의 사례로 김선형 형을 이야기하는데 (김선형에게) 제 경우를 적용하면 선형이 형이 전성현 같은 슈터가 되어서 득점상을 탄 거다”라며 “대한민국에서 이런 경우가 있었나? (언론에서) 이런 것에 가치를 두고 조명하나? 안 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노력으로 그만큼 에너지만 쏟는다고 보지 말고, 저도 매시즌 성장하는 게 어렵다. 거기서는 엄한 잣대를 들이밀고 여기서는 완성형으로 보는 일련의 과정이 아쉽다”고 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막판 “다른 선수와 다르다. 매시즌 성장하는 선수이고,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시작점이 달랐다. 포인트가드를 23~24살 때 처음 시작했다. 시작(한 시기)이 달라서 지금까지도 간절하고, 절박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성장하는 건 20대 중반, 후반까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은퇴까지 성장할 거다”라며 “이번 시즌에는 미드레인지 게임이다. 2~3년 내에 스크린 타고 던지는 슛, 리딩까지 완벽하게 하려는 계획이 있다. 좋게 봐줘서 좋고, 저도 재미있다. KBL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서 제 땀에 자부심이 있다”고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의 자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앞선 답변도 그 연속성에 있다.
이번 이적이 의욕을 북돋게 하는 계기가 되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대성은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 보여줘야겠다는 게 제 농구인생에서 성장의 동력이 된 적은 없다. 배우는 게 즐겁고, 많은 사람들이 제가 가진 가치관을 인정해주는 기쁨이 더 크다”며 “아쉬운 부분을 만회하고 싶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제 행동으로 당장 돌려지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다. 어디를 가든 호불호가 있다”고 했다.
이대성의 이적 소문이 나온 뒤 최종 이적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대성은 그 시간 동안 마음을 추슬렀는지 궁금해하자 “그런 건 없다. (가스공사에서) 환대해주시고, 기뻐해주신다. 지난 FA 때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환대보다 우려와 걱정이 훨씬 더 많은 분위기를 지배했다”며 “지금은 존중과 배려를 해주시고, 저를 믿어주시니까 제가 있는 걸 다 받칠 마음이다”고 했다.
가스공사에서도, 대표팀에서도 등 번호 43번을 이어나가는 이대성은 “대표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기들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더라. 트레이드가 거론되자 대구 한국가스공사 체육관에서 나오는 소문을 알려주며 저를 매일 놀렸다(웃음). 트레이드도 축하해줬다”며 “분위기 좋고,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주장을 맡아서 코트 안에서 최대한 땀을 흘리고, 가진 걸 다 표현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열정이 많은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유도훈 가스공사 감독은 필리핀 선수인 SJ 벨란겔과 이대성을 함께 기용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두 선수가 어떤 조화를 펼치느냐에 따라 가스공사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과 경기에서 벨란겔의 플레이를 지켜본 이대성은 “가진 능력과 개인 기술이 되게 좋고, 농구 이해도가 특히 좋았다. 농구 이해도가 좋다는 건 농구 잘 하는 선수들이 듣는 말이다”라며 “다만, 그 자리에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제가 대한민국 최고니까 좋은 영향을 끼칠 거다. 농구 이해도는 제가 배워야 한다. 서로 시너지가 좋을 거다”고 벨란겔과 함께 뛰는 걸 기대했다.
가스공사는 14일부터 팀 훈련을 시작한다. 국가대표에 차출된 이대성은 7월 예정된 2022 FIBA 아시압컵을 마친 뒤 가스공사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진_ 점프볼 DB(홍기웅, 문복주, 유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