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13-0 올라온 마무리투수, 왜?…"선수가 자청했다"[SPO 대전]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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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5
▲ 롯데 우완 마무리 최준용.
[스포티비뉴스=대전, 고봉준 기자] 이미 승기는 한쪽으로 넘어간 시점이었다. 13-0으로 앞선 9회초. 승리까지 아웃카운트는 단 3개만 남았지만, 마운드에는 주전 마무리투수가 올라왔다.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1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비로 취소된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이틀 전 경기(12일 사직 kt 위즈전)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날 롯데는 모처럼 터진 화력을 앞세워 kt 마운드를 제압했다. 2회 먼저 2점을 뽑은 뒤 3회와 5회 이대호의 연타석 홈런 등을 앞세워 5-0까지 달아났고, 6회와 7회 각각 2점과 6점을 보태 게임 막판 13-0으로 앞서갔다.
마운드 운영도 여유롭게 가져갔다. 선발투수 이인복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틴 뒤 서준원이 2이닝을 책임지면서 승리를 눈앞으로 뒀다.
이어진 9회 kt의 공격. 그런데 롯데 마운드에는 패전조나 추격조 투수가 아닌 클로저가 올라왔다. 최준용이었다. 이미 6월 4경기를 소화하고 또, 마무리로서 적지 않은 31이닝을 던진 터라 컨디션 조절은 필요치 않았지만, 13점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난해까지 특급 셋업맨으로 활약한 최준용은 올 시즌 롯데의 주전 마무리로 발탁됐다. 묵직한 직구와 타고난 배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4월 레이스에서 9세이브를 챙기면서 경쟁력을 보인 최준용은 그러나 최근 들어 부침을 겪었다. 직구의 구위가 떨어지면서 맞아 나가는 공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고전하는 날이 늘어났다.
가장 어려움을 겪은 날은 9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6-2로 앞선 9회 등판해 안타 3개와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며 2실점했다. 이어 2사 2·3루에서 오선진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날 롯데는 11회 이대호의 끝내기 안타로 7-6으로 이기긴 했지만, 최준용의 블론세이브는 적지 않은 여파를 남겼다. 그래서 이날 9회 13-0 상황에서의 등판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이를 두고 서튼 감독은 "이날 경기에선 선수가 투입을 원했다. 직전 삼성전 영향도 있었고, 불펜에서 본인이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한편, 실전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로 한 주를 끝내고 싶어서 등판을 자청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직구를 뿌린다고 평가받는 최준용은 승부욕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좋지 않은 결과를 빨리 잊기는 하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같은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
아직 마무리로서 걸음마 단계이지만, 올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를 경험한 최준용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등판이 필요했고, 13-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력을 다한 공을 연신 뿌리며 다음을 준비했다. 이날 최준용이 던진 공 10개 중 직구는 모두 8개였고, 최고시속은 148㎞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