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투수 둘 놓고 "선택하라" 배짱부리더니… LG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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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좋은 성적에도 팀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LG는 오프시즌 하나의 과제가 있었다. 외국인 라인업이었다. 실패를 거듭했던 외국인 타자 슬롯을 다시 채움은 물론, 두 명의 '10승 투수'와 재계약도 난항이 예상됐다.
LG는 지난해 두 외국인 투수가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성공을 거뒀다. 에이스인 우완 케이시 켈리(33)는 건재를 과시했다.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등 30경기에서 177이닝을 던지며 13승8패 평균자책점 3.15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오면 기본 이상은 한다"는 믿음은 더 강해졌다. 꾸준하고, 잘 던지는 선수였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30)도 잘 던졌다. 비록 시즌 중반 부상으로 소화 이닝은 115⅓이닝에 머물렀으나 나올 때는 분명 A급 투수였다. 23경기에서 10승2패 평균자책점 2.18로 평균자책점은 리그 정상급이었다. 부상 이슈가 있기는 했으나 LG로서는 당연히 재계약 대상자가 될 법했다.
보통 이런 경우 선수가 '갑', 구단이 '을'이 되는 미묘한 역학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구단이 갑인 것 같지만, 또 선수의 눈치와 시장 상황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팀들이 LG가 저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당시 협상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LG가 굉장히 결단력 있게 계약을 리드했다"고 입을 모은다.
LG는 두 선수에게 소폭 인상된 연봉을 제시했다. 공헌도를 주장한 선수들로서는 다소간 못 미더운 금액이었다. 그러자 LG는 우완 아담 플럿코(31)와 12월 10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상 켈리와 수아레즈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겠다는 배짱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소폭 인상된 금액을 제안해 두 선수를 고민에 빠뜨렸다. 끝내 켈리는 이를 수용했고, 수아레즈는 일본으로 향했다. LG는 수아레즈의 보류권도 손에 넣었다.
위험한 전략일 수도 있었지만 LG는 다 계획이 있었고, 계획은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플럿코는 시즌 18경기에서 107이닝을 소화하며 9승4패 평균자책점 2.94의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초‧중반 5회 이후 투구 내용과 이닝 소화에 의구심을 사기도 했지만 자신의 피칭 디자인을 바꾼 뒤 이닝까지 먹어치우며 승승장구했다.
전환점이 된 6월 14일 잠실 삼성전(8⅓이닝 14탈삼진 무실점) 이후 전반기 끝까지 총 6경기에서 기록한 플럿코의 평균자책점은 1.8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팀의 에이스인 켈리도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보조를 맞췄고, 이제 LG는 가장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 시즌 전부터 기대는 있었다. 캠프 현지를 시찰한 일부 해설위원들이 "올해 신입 외국인 선수로는 플럿코가 가장 안정적인 성적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구위와 운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기초체력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10승 투수 둘을 놓고 배짱을 부렸던 LG지만, 이미 플럿코라는 '계획'이 다 있었다. 후반기에도 이만한 활약을 이어 간다면 당연히 재계약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