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2일뒤 득녀' 외인 향한 의리…롯데는 피터스를 잊지 않았다 [SC초점]

피터스가 공개한 딸의 사진(왼쪽). 입국 당시 아내와 함께한 피터스. 사진=피터스 SNS, 스포츠조선DB[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운명이란 참 공교롭다.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나락에 떨어진 순간 큰 기쁨이 찾아오곤 한다. '전' 롯데 자이언츠 DJ 피터스의 사례가 그렇다.

피터스는 지난 20일 예쁜 딸을 얻었다. 피터스는 자신의 SNS에 '리즈 카터 피터스'라는 이름과 함께 갓 태어난 아이의 사진을 공개하고, "내 세상 전부. 사랑한다"라는 애정어린 멘트를 덧붙였다.

캠프 인터뷰 당시에도 아내와 아이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고백했던 피터스다. 피터스는 "내겐 출전 기회가 필요했다. 한국에서 연락이 왔을 때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아내가 오는 8월 출산 예정이다. 낯선 장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며 마지막까지 고민한 속내를 드러냈다.

피터스는 과거 롯데에서 뛰었던 짐 아두치의 조언을 듣고서야 한국행을 결심했다. 아두치는 롯데에서 뛰던 2015년 8월, 부산에서 셋째(아들)를 얻은 바 있다. "외국인 선수의 야구 실력 뿐 아니라 일상 생활까지 돌봐주는 팀"이라는 아두치 아내의 말에 따라 피터스 부부는 8월 득녀를 기약하며 한국 땅을 밟았다.

얄궂게도 피터스는 KBO리그에서 딸의 탄생을 즐기지 못했다. 홈런 13개를 터뜨렸지만, 롯데 구단은 타율 2할2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0.701의 타격 부진을 더이상 기다려주지 못했다. 황성빈의 급부상으로 외야에 자신감이 붙은 롯데 구단은 중견수보다는 중심 타선의 한 축을 맡아줄 외인 타자를 원했다.

전반기를 마친 지난 18일 피터스의 방출이 발표됐다. 뒤이어 발빠르게 잭 렉스의 영입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는 방출 직후 빠르게 출국하지만, 피터스는 그럴 수 없었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한 상황. 롯데과의 결별 이틀 뒤 피터스의 딸이 태어났다.

롯데 시절 피터스의 홈런 세리머니.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6.30/구단은 반 시즌이나마 '자이언츠'를 가슴에 품었던 남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피터스 가족을 최대한 보살펴주기로 했다.

우선 기존 통역이 그대로 피터스의 일상을 세심하게 돕고 있다. 아내의 산부인과 입·퇴원부터 출산 관련 각종 행정 처리, 그외 잡다한 가족 케어를 도맡았다. 숙소 역시 출국하는 날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 제공한다. 피터스의 딸 리즈에겐 이름을 새긴 유아 사이즈의 롯데 유니폼을 선물했다.

롯데 측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구단 차원에서 피터스를 지원 가능한 부분을 찾고 있다. 앞으로도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터스를 한국으로 부른 아두치의 힘처럼, 피터스 또한 향후 KBO리그를 찾을 외인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