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그리스행' 황인범, "(김)민재가 강력 추천, '축구 도사'들의 올림피아코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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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b11 인터뷰] '그리스행' 황인범, [b11 인터뷰] '그리스행' 황인범,](https://cdnfor.me/data/images/e1/4a5480e531f64324509d99903a2773.jpeg)
(베스트 일레븐=인천공항)
"이제는 마냥 어리지 않은, 전성기의 나이에 들어왔다. 장점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더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거란 자신감이 있다."
황인범이 그리스 무대로 떠난다. 행선지는 명문 올림피아코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존 소속 팀 루빈 카잔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특별 자유계약(FA) 대상자가 됐다. FC 서울에서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낸 후 이제 그리스로 향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계약서에 서명한다.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둔 황인범을 만났다. "최종 확정은 아니니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올림피아코스는 유럽 축구 대항전을 보면 항상 나왔던 팀이었다"라며 눈을 빛냈다.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의 조언 있었다
올림피아코스가 이적 제의를 했을 때 황인범에게 조언을 준 이는 '절친' 김민재였다. 황인범에게 적극 그리스행을 추천했다. 황인범이 올림피아코스에 호감을 느낀 건 비단 계약 조건뿐만이 아니었다. 2021-2022 UEFA 유로파리그(UEL) 조별리그 D조 페네르바체-올림피아코스전, 김민재가 버틴 페네르바체는 0-3으로 패배했다.
"경기를 우연히 봤는데, 정말 잘했다. 민재가 상당히 힘들어했다. 경기 끝나고 '올림피아코스가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었더니 민재는 '진짜 축구 도사들이 모여 있다'라고 했다. 이번에도 민재가 '정말 추천한다. 그 정도 팀이면 네가 가서 네가 가진 능력들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김민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SSC 나폴리 입단을 앞두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중원과 수비진의 주축인 두 선수가 나란히 한 단계 도약한다. 황인범은 "항상 이적 시장 열리면 제일 대화를 많이 하는 친구가 민재다"라며 "아무런 문제없이 해결돼 발표가 나서 서로가 축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2019년 벤투버 화이트캡스, 2020년 루빈 카잔, 2022년 잠시 FC 서울 리턴 후 다시 올림피아코스행. 늘 새롭게 도전했던 황인범이고, 이제 그 앞에 새 시즌이 준비됐다. 황인범은 "한 시즌 후 그리는 그림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월드컵을 뛰면서 경험이 쌓는 거다. 이젠 모든 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올림피아코스 단장·벤투 감독·UCL, 그리스행 세 키워드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 구단주,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의 '픽'이다, 마리나키스는 '그리스 선박왕'으로 불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노팅엄으로 '점프 업'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황인범은 "노팅엄은 둘째치고서라도, 올림피아코스만 봐도 빅 클럽이었고, 러시아에 있을 때도 상당히 인정받는 팀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올림피아코스는 중원 경쟁이 매우 뜨거운 팀이다.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얀 음빌라, 기니 국가대표 아기부 카마라와 마마두 카네 등이 잠재적 경쟁자다. 올림피아코스 단장은 황인범과 통화에서 굳은 믿음을 줬다. 황인범은 "단장님은 '너를 리그에서만 뛰게 하려고 데려오는 게 아니라, 유럽 대항전을 위해 데려가는 거다'라고 했다"라며 "내 장점들을 보여준다면 이 팀에서 주전으로 도약을 할 수 있지 싶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도 도움을 줬다. 벤투 감독은 2016-2017시즌 올림피아코스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벤투 감독뿐만 아니라 세르지우 코스타 등 벤투 사단이 함께 이 팀에 있었다. 황인범은 "행선지를 정해주시진 못하겠으나,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조언해주셨다. 이를테면 훈련장 위치나 살기 좋은 동네 말이다"라며 "이제 잘하는 건 내 몫이다. 내가 못하면 아무 의미 없다. 그런 클럽 명성에 맞는 선수가 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올림피아코스는 2022-2023 UCL 2차 예선을 치르는 중이다. 마카비 하이파(이스라엘)와 1차전 무승부 후 2차전이 남았다. 2차 예선 이후에도, 3차 예선, 플레이오프까지 넘어야 본선에 간다. 황인범은 "UCL 출전 여부를 굉장히 많이 고려했다. 잘 안 되도 UEL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라며 "올림피아코스에서 수요일(27일)에 와서 2차 예선 2차전을 보라고 했다. 열기를 느끼면 더 와닿을 것 같아 기대된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상호에게 기댔고, 성용이 형에게 배웠다
서울과 유럽 이적 제의가 올 경우, 조건 없이 보내주겠다는 상호 동의하에 재계약에 동의했던 게 불과 열흘 전이다. 이적 제의는 너무 빠르게 왔고, 서울 선수들은 아쉬움과 응원을 함께 보냈다. 동갑내기 나상호가 그랬다. 워낙 절친한 사이였다. 황인범은 "서울과 계약한 후 거의 매일 붙어 다녔다. 훈련장 내외에서 항상 함께 식사하고 카페를 가고 상호네 집에 놀러 갔다"라며 "서울에서 국가대표로서 부담감도 있었으나, 잘 보내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외려 나상호에게 힘을 줬다. "나상호라는 선수는 저만큼이나 의구심을 많이 받는 선수 중에 한 명이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간다. 많은 분들이 벤투 감독의 황태자라고 하던데, 안익수 감독님, 박진섭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믿었다. 난 감독님들의 믿음이 자부심이다. 상호도 마찬가지다. 비난을 하시는 분들이 보란 듯 K리그에서 보여주면서 꿈을 이루면 그 의구심에 대답을 잘 할 수 있지 싶다."
또, 그에게 국가대표 선배 기성용은 버팀목이자 롤 모델이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시큰한 형이었다. 황인범은 "내 목표는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돌아가 은퇴하는 거다. 의무가 아닌 선수로서 꿈이다. 그런데 이번에 성용이 형을 보면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너무 고생을 하시고 팀을 생각한다. 한 경기 끝나면 정말 진짜 녹초가 돼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날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황인범에게 기준은 곧 기성용이다. 그처럼 한국에 돌아와 모든 걸 바치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가혹하도록 말이다. 황인범은 "하나 제 목표고 제 꿈이니 만큼 저도 성용이 형만큼 나중에 돌아와서 그런 좋은 영향력들을 많이 후배 선수들한테 불어넣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