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도전… 코트 넘어 희망을 봤죠”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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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3
쑥쑥 크는 프로배구 현대건설 이다현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프로배구 3시즌을 치른 이다현(21)은 짧은 시간 급격한 상승과 하강의 낙차를 수차례 경험했다. 그의 데뷔 시즌 현대건설은 1위를 했고 다음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듬해 2021-2022 시즌에는 다시 1위에 올랐다. 이다현은 그 속에서 차곡차곡 자신의 지분을 늘려갔다.
국가대표로선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생애 처음 발탁됐지만,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 최근 2022 VNL에선 핵심 일원으로 소집됐다. 그 사이 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 4강 신화도, VNL 전패도 경험했다.
흑임자 콩 같은 건강식을 좋아해 ‘애늙은이’ ‘할머니 같다’ 소릴 듣는 이다현은 거센 조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듯 수행하는 어린 구도자처럼 보였다.
최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이다현은 베스트7, 블로킹·속공 2위, 이동공격 5위, 득점 18위 등 데뷔 후 최고 성적에도 스스로에게 50점만 줬다.
“외적인 수치에는 신경을 안 쓰려 해요. 스스로 만족 못 했는데도 잘했다는 주변의 평가만 들으면 제 기준 없이 흔들릴 거 같아서요. 시즌 전 10가지 정도 목표를 세워요. 시즌 후에 체크해보니 반 정도밖에 못 지켰어요.”
그는 매일 배구일지를 쓴다. 잘된 부분, 안 된 부분, 내일 해야 할 것 등을 기록한다. 중1 때부터 매일 학교에서 검사받으며 생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매 시즌 목표도 세우게 됐다. 시즌 목표는 팀과 개인으로 나뉜다. 팀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몇 위’처럼 객관적 수치로 잡지만 개인 목표는 다르다.
“만약 블로킹 2위라는 목표를 세우면, 제가 미련 없이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도 상황에 따라 2위를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배구에 가까워지는 주관적 목표를 세워요.”
현대건설이 28승 3패, V리그 최초 9할 승률을 기록한 지난 시즌, 승리도 좋았지만 ‘도전의 기회’가 많아 무엇보다 좋았다. “결과가 나쁘면 점수 올리는 데 급급해져요. ‘범실 나오면 어떡하지’ 하면서 안정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못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성적이 좋다 보니 어려운 기술들,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었어요. 연습 때도 그런 시너지 효과가 있었어요.”
이다현은 어릴 적 발레를 하다 소질이 없다고 느껴 배구로 전향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가 지인과 통화하는 걸 들은 게 계기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4강 성적을 올렸을 때였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코트에서 플레이가 나올 때 (발레와는 다른) 희열이 강렬했어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특히 블로킹은 ‘애증의 관계’다. “알면 알수록 계속 어려운데 그 어려움을 깨는 게 재미있어요.”
이다현은 학창시절 부상을 우려한 지도 교사의 관리로 국가대표로 뛴 적이 없다. 프로 2년차에 첫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는 “하루하루가 꿈 같았”다. 최근 VNL에서 전패를 당했을 땐 자괴감에 빠졌다. 김연경은 물론 대표팀을 지탱해온 양효진 김수지 센터 라인이 은퇴하면서 이다현 이주아 정호영 등 젊은 센터진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다들 자존감이 낮아졌을 거예요. 단기간에 바꾸진 못하고 게임은 연달아 있고 결과는 최악이니까…. 경기 끝나고 응원 오신 한국 팬들, 교민들께 인사할 때마다 죄송하고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어요. 어쨌든 가장 큰 원인은 저희 수준이 그 정도였던 거잖아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죠.”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소집됐다. 이다현은 VNL을 마친 뒤 지난 시즌 자신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부족한 부분을 반추했다. 현대건설 팀 동료들과는 밀가루 끊기 내기를 했고 팀 연습 때도 대표팀에서 움직임과 웨이트 훈련을 잊지 않으려 했다.
“두 달의 시간이 있고 VNL 3주차 때 좀 더 나은 모습이 나왔잖아요.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한 줄기 빛 같은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여자배구가 위기라는 우려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지금의 인기는 언니들이 죽을 힘을 다했기 때문에 왔다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한 후배들이 ‘앞으로도 유지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언니들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야겠죠.”
프로배구 3시즌을 치른 이다현(21)은 짧은 시간 급격한 상승과 하강의 낙차를 수차례 경험했다. 그의 데뷔 시즌 현대건설은 1위를 했고 다음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듬해 2021-2022 시즌에는 다시 1위에 올랐다. 이다현은 그 속에서 차곡차곡 자신의 지분을 늘려갔다.
국가대표로선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생애 처음 발탁됐지만,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 최근 2022 VNL에선 핵심 일원으로 소집됐다. 그 사이 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 4강 신화도, VNL 전패도 경험했다.
흑임자 콩 같은 건강식을 좋아해 ‘애늙은이’ ‘할머니 같다’ 소릴 듣는 이다현은 거센 조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듯 수행하는 어린 구도자처럼 보였다.
최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이다현은 베스트7, 블로킹·속공 2위, 이동공격 5위, 득점 18위 등 데뷔 후 최고 성적에도 스스로에게 50점만 줬다.
“외적인 수치에는 신경을 안 쓰려 해요. 스스로 만족 못 했는데도 잘했다는 주변의 평가만 들으면 제 기준 없이 흔들릴 거 같아서요. 시즌 전 10가지 정도 목표를 세워요. 시즌 후에 체크해보니 반 정도밖에 못 지켰어요.”
그는 매일 배구일지를 쓴다. 잘된 부분, 안 된 부분, 내일 해야 할 것 등을 기록한다. 중1 때부터 매일 학교에서 검사받으며 생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매 시즌 목표도 세우게 됐다. 시즌 목표는 팀과 개인으로 나뉜다. 팀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몇 위’처럼 객관적 수치로 잡지만 개인 목표는 다르다.
“만약 블로킹 2위라는 목표를 세우면, 제가 미련 없이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도 상황에 따라 2위를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배구에 가까워지는 주관적 목표를 세워요.”
현대건설이 28승 3패, V리그 최초 9할 승률을 기록한 지난 시즌, 승리도 좋았지만 ‘도전의 기회’가 많아 무엇보다 좋았다. “결과가 나쁘면 점수 올리는 데 급급해져요. ‘범실 나오면 어떡하지’ 하면서 안정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못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성적이 좋다 보니 어려운 기술들,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었어요. 연습 때도 그런 시너지 효과가 있었어요.”
이다현은 어릴 적 발레를 하다 소질이 없다고 느껴 배구로 전향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가 지인과 통화하는 걸 들은 게 계기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4강 성적을 올렸을 때였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코트에서 플레이가 나올 때 (발레와는 다른) 희열이 강렬했어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특히 블로킹은 ‘애증의 관계’다. “알면 알수록 계속 어려운데 그 어려움을 깨는 게 재미있어요.”
이다현은 학창시절 부상을 우려한 지도 교사의 관리로 국가대표로 뛴 적이 없다. 프로 2년차에 첫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는 “하루하루가 꿈 같았”다. 최근 VNL에서 전패를 당했을 땐 자괴감에 빠졌다. 김연경은 물론 대표팀을 지탱해온 양효진 김수지 센터 라인이 은퇴하면서 이다현 이주아 정호영 등 젊은 센터진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다들 자존감이 낮아졌을 거예요. 단기간에 바꾸진 못하고 게임은 연달아 있고 결과는 최악이니까…. 경기 끝나고 응원 오신 한국 팬들, 교민들께 인사할 때마다 죄송하고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어요. 어쨌든 가장 큰 원인은 저희 수준이 그 정도였던 거잖아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죠.”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소집됐다. 이다현은 VNL을 마친 뒤 지난 시즌 자신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부족한 부분을 반추했다. 현대건설 팀 동료들과는 밀가루 끊기 내기를 했고 팀 연습 때도 대표팀에서 움직임과 웨이트 훈련을 잊지 않으려 했다.
“두 달의 시간이 있고 VNL 3주차 때 좀 더 나은 모습이 나왔잖아요.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한 줄기 빛 같은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여자배구가 위기라는 우려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지금의 인기는 언니들이 죽을 힘을 다했기 때문에 왔다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한 후배들이 ‘앞으로도 유지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언니들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