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도 '약물' 없이 못 했던 것… 트라웃은 한다, 이래서 예비 HOF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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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 무려 통산 OPS 1.000 고지전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세이버매트릭스가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대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은 타율 등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스탯을 주로 본다. 친숙하고 직관적인데다 여전히 전통적 가치가 중요한 지점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OPS(출루율+장타율)도 타자들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직관적인 지표로 널리 쓰고 있다. 정확한 지표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OPS 0.800 이상이면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보고, OPS 0.850에서 0.900 사이라면 올스타급 선수로 본다. 해마다 조금 다르지만 0.950이 넘으면 MVP에도 도전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그런 상황에서 OPS 1.000 이상이라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성적임에 분명하다. 어떤 선수는 평생을 뛰어도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할 기록이고, MVP급 선수들도 매년 유지하기 어려운 허들로 뽑힌다. 그런데 현존 최고의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31‧LA 에인절스)은 다르고, 또 특별하다.
2011년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트라웃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최소 0.938 이상의 OPS를 기록했다. 2015년 0.992, 2016년 0.991을 찍은 트라웃의 OPS는 201년 1.071(114경기)을 기록하며 드디어 1.000의 벽을 뚫었다. 트라웃은 2018년 1.088, 2019년 1.083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그런 트라웃은 통산 OPS가 0.999에 이른다. 올해 시즌 중반 다소 주춤하며 통산 OPS가 1.000 밑으로 내려왔으나 최근 홈런포를 재가동하면서 이 수치가 서서히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1.000을 기준으로 고지전을 진행 중이다.
근래 들어 가장 OPS가 높았던 타자는 배리 본즈다. 본즈의 통산 OPS는 1.051에 이른다. 특히나 본즈는 만 30대 중반을 넘은 2000년대 이후 OPS가 폭발했다. 2001년은 1.379, 2002년 1.381, 2003년 1.278, 그리고 2004년에는 1.422라는 경악스러운 성적을 찍었다. 2001년 73홈런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장타력에 출루율까지 높았기 때문이다. 본즈의 2004년 출루율은 무려 0.609였다. MLB 역사에 길이 남을 수치다.
그런데 본즈의 이 기록은 최근에 많이 퇴색됐다. 스테로이드 성분의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본즈는 아직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현지에서는 본즈의 몸이 불기 시작한 1998년에서 1999년을 전후로 본즈가 약물을 복용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실제 본즈의 장타는 약물의 효과가 나타날 시점인 2000년을 전후로 대폭발했다.
약물 복용 이전에도 잘 치고 잘 뛰는, 약물이 없어도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었을지 모를 좋은 타자였던 본즈다. 본즈는 1986년부터 1998년까지 1898경기에서 OPS 0.966을 기록했다. 1995년까지 1425경기에서는 OPS 0.938, 조정 OPS에서 159를 기록했다. 그런데 트라웃은 1378경기를 뛴 현재 OPS 0.999, 조정 OPS 175를 찍고 있다. 본즈의 첫 1400경기보다 훨씬 나은 수치다.
본즈는 그 자체로도 뛰어난 성적이었지만, 그 성적을 더 오래 유지하고 또 발전시키기 위해 불법의 손을 댔다. 결국 명예의 전당 피투표권이 있었던 10년 동안 기준점을 넘기지 못하는 등 싸늘한 시선을 확인한 채 쿠퍼스타운에 입성하지 못했다. 트라웃의 OPS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혹은 급격히 떨어지겠지만 지금까지의 경력 자체로도 위대한 선수임이 증명된다. 트라웃을 명예의 전당 입성 예정자로 부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