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살아있다…LG가 '레전드 이대호'를 보내는 방법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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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 프로 첫 타석에 들어선 LG 트윈스 투수 고우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사직, 박정현 기자] LG 트윈스는 이대로 KBO리그 레전드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를 보낼 수 없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전설의 화려한 마지막을 위해 큰 결정을 했다.
LG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전에서 팀 간 16차전 마지막 맞대결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는 특별했다. 양 팀의 맞대결보다는 22년 프로 생활을 정리하는 이대호에게 초점을 맞춰졌다.
홈 팀 롯데는 이대호의 마지막으로 분주했다. 친정팀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들을 했다. 이대호가 모처럼 1루 미트를 끼고 수비에 나섰고, 프로 입단할 당시 포지션이던 투수를 할 수 있도록 구원 등판까지 시켰다. 이대호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은퇴 경기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여기서 LG의 배려가 돋보였다. 어쩌면 배려를 넘어 LG 역시도 상대팀 선수인 이대호를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은퇴식 열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롯데가 특별 이벤트로 투수 이대호를 준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전 이에 어울리는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팀에 이대호와 연관된 친구 또는 롯데 출신이 없다. 그래도 한 명이 떠오른다"며 계획을 밝혔다.
취재진이 그 계획에 관해 세부적으로 물어보자 "(이대호가) 최고 타자이니 최고 마무리 투수(고우석)가 나서는 것이 어떻겠냐...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 맞출 방법이 없다. 내가 대신 (타석에) 나갈 수도 없지 않나"며 웃어 보였다.
이어 "어느 시점에서 (이대호가) 마운드에 올라간다면, 대타를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 머리가 복잡하다. 그리고 (고우석이) 어제(7일) 등판을 했기 때문에 오늘(8일)은 휴식을 줘야 한다. (고)우석이한테만 살짝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 투타 맞대결을 펼친 이대호(왼쪽)와 고우석. ⓒ곽혜미 기자
류 감독의 이야기가 농담처럼 쉽게 들릴 수 있지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투수의 부상 위험이다. 투수가 포지션을 변경해 타자로 나서는 것은 말처럼 쉬워 보이지만,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운동 행위로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 또 상대 투수 공에 맞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그 대상이 고우석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LG에서 고우석은 필수불가결하다. 42세이브로 올 시즌 세이브 1위를 달성한 그가 혹여나 타석에서 다치게 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아웃카운트 1개를 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타자 고우석은 미지수가 많다. 상대 투수 이대호 역시 물음표가 많았지만, 타자가 익숙하지 않은 고우석이 쉽게 투수의 공을 공략하기에는 꽤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고우석이 대타로 나선 상황은 팀이 2-3으로 뒤진 8회였다. 특히 고우석은 이닝의 선두타자로 나섰다. LG가 이미 리그 순위를 확정했다고 하지만, 승리를 위해 경기 후반 아웃카운트 1개의 소중함을 잘 아는 감독으로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류 감독의 말대로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고우석이 대타로 타석에 섰다. 이후 적극 스윙하며 이대호의 4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팬들은 투수 이대호와 타자 고우석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고, 이대호는 투수로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내며 홈 팬들 앞에서 데뷔 첫 홀드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날 LG가 보여준 레전드를 향한 예우는 돋보였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낭만은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