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내 인생 바꿔놨다" 무명이 영웅되는 팀, 이젠 악동마저 드라마를 쓴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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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4
키움 야시엘 푸이그(오른쪽)./사진=뉴시스이번 가을 키움 히어로즈는 감동의 연속이다. 오랜 기간 무명(無名)이었던 선수가 영웅이 되고 말년의 베테랑은 신인 시절 함께했던 선배의 아들과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이번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악동으로 불렸던 야시엘 푸이그(32)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푸이그는 3일 오전 자신의 SNS에서 "한국에 도착해 새로운 에이전트를 통해 내게 필요했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말로 숨겨왔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악동(惡童)이었다. 통산 132홈런을 칠 정도로 슈퍼스타의 자질이 있는 선수였지만, 경기력보단 기행으로 더 주목받았다. 데뷔 후 심판, 타 팀 선수들과 싸움이 붙지 않는 시즌이 없었고 계속된 구설에 팀 동료들로부터 외면당할 때도 있었다.
잘못된 점도 분명 있었지만, 이미지 탓에 시비에 걸리는 일도 많았다. 거친 행동의 배경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걸고 쿠바를 탈출해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푸이그는 "오랜 기간 내게 문제가 있었지만, 나는 그 행동들이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쿠바에서는 그런 문제를 꺼냈을 때 '네가 약해서 그런 것'이라거나 '네 방식대로 해야 네가 다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그 중 일부는 문제라는 인식조차 없었고 미국에서도 내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준 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나라의 운동 선수들은 다른 이들이 겪지 않을 일을 경험한다. 도움이 필요할 땐 조언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역전 홈런을 치고 돌아온 전병우를 맞이하고 있다./사진=뉴스1
겉으로 보기엔 누가 봐도 팀 분위기를 저해할 것 같은 선수였기에 올해 초 키움에 합류했을 때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몇몇 야구계 관계자는 "키움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고, 몇몇 선수는 푸이그와 기 싸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그라운드 내에서 시즌이 끝나도록 찾아볼 수 없었다. 벤치클리어링을 촉발하지 않았고 투수, 심판과 신경전은 손에 꼽았다. 오히려 키움 선수들과 차츰 융화되는 모습이 보였고 후반기 들어서는 어느 선수도 푸이그에게 안기길 주저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꼬마 팬에게는 하이 파이브를 건네는 등 팬서비스도 열심이다.
흥이 나자 푸이그는 전직 메이저리거로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전반기 활약은 타율 0.245, 9홈런 37타점, OPS 0.741로 기대에 못 미쳤으나, 후반기에는 12홈런 36타점, OPS 0.962로 리그 정상급 모습을 보여줬다. 가을야구에 와서도 11경기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끄는 중이다.
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경기장을 찾은 꼬마팬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악동의 놀라운 적응에는 주위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다. 푸이그는 "아직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제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에 와서 느낀) 이 사실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운동선수들은 진심으로 당신을 위하며, 어렵더라도 필요할 때 좋은 조언을,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나는 아직 어리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매우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두운 면이 사라지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쉴 새 없이 나온다. 최근 현장에서는 푸이그가 "아이 같다"는 말이 나온다. 만 32세의 선수가 듣기엔 이상해 보일 수도 있으나, 젊은 히어로즈에는 더할나위 없다. 고백을 마친 푸이그는 "원래 SNS에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안 쓰는 편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 (읽기 어려웠다면) 미안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모두가 더 노력하자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전부"라며 아이 같지만 한층 성숙한 태도로 글을 마쳤다.
달라진 푸이그와 함께한 키움의 드라마 같은 2022시즌은 최종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악동마저 하나(One-Team)로 품은 키움의 2022시즌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이정후는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시즌이어서 빨리 끝내면 아쉬울 것 같다. 시즌을 최대한 길게 하고 싶어서 한국시리즈도 7차전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결과가 어떻든 2022시즌 키움은 주연조차 다가오는 엔딩을 아쉬워하는 최고의 드라마를 찍었다.
키움 야시엘 푸이그(왼쪽)./사진=뉴스1
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홈런을 치고 돌아온 임지열을 안아주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악동으로 불렸던 야시엘 푸이그(32)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푸이그는 3일 오전 자신의 SNS에서 "한국에 도착해 새로운 에이전트를 통해 내게 필요했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말로 숨겨왔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악동(惡童)이었다. 통산 132홈런을 칠 정도로 슈퍼스타의 자질이 있는 선수였지만, 경기력보단 기행으로 더 주목받았다. 데뷔 후 심판, 타 팀 선수들과 싸움이 붙지 않는 시즌이 없었고 계속된 구설에 팀 동료들로부터 외면당할 때도 있었다.
잘못된 점도 분명 있었지만, 이미지 탓에 시비에 걸리는 일도 많았다. 거친 행동의 배경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걸고 쿠바를 탈출해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푸이그는 "오랜 기간 내게 문제가 있었지만, 나는 그 행동들이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쿠바에서는 그런 문제를 꺼냈을 때 '네가 약해서 그런 것'이라거나 '네 방식대로 해야 네가 다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그 중 일부는 문제라는 인식조차 없었고 미국에서도 내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준 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나라의 운동 선수들은 다른 이들이 겪지 않을 일을 경험한다. 도움이 필요할 땐 조언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역전 홈런을 치고 돌아온 전병우를 맞이하고 있다./사진=뉴스1
겉으로 보기엔 누가 봐도 팀 분위기를 저해할 것 같은 선수였기에 올해 초 키움에 합류했을 때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몇몇 야구계 관계자는 "키움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고, 몇몇 선수는 푸이그와 기 싸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그라운드 내에서 시즌이 끝나도록 찾아볼 수 없었다. 벤치클리어링을 촉발하지 않았고 투수, 심판과 신경전은 손에 꼽았다. 오히려 키움 선수들과 차츰 융화되는 모습이 보였고 후반기 들어서는 어느 선수도 푸이그에게 안기길 주저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꼬마 팬에게는 하이 파이브를 건네는 등 팬서비스도 열심이다.
흥이 나자 푸이그는 전직 메이저리거로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전반기 활약은 타율 0.245, 9홈런 37타점, OPS 0.741로 기대에 못 미쳤으나, 후반기에는 12홈런 36타점, OPS 0.962로 리그 정상급 모습을 보여줬다. 가을야구에 와서도 11경기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끄는 중이다.
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경기장을 찾은 꼬마팬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악동의 놀라운 적응에는 주위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다. 푸이그는 "아직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제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에 와서 느낀) 이 사실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운동선수들은 진심으로 당신을 위하며, 어렵더라도 필요할 때 좋은 조언을,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나는 아직 어리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매우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두운 면이 사라지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쉴 새 없이 나온다. 최근 현장에서는 푸이그가 "아이 같다"는 말이 나온다. 만 32세의 선수가 듣기엔 이상해 보일 수도 있으나, 젊은 히어로즈에는 더할나위 없다. 고백을 마친 푸이그는 "원래 SNS에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안 쓰는 편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 (읽기 어려웠다면) 미안하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모두가 더 노력하자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전부"라며 아이 같지만 한층 성숙한 태도로 글을 마쳤다.
달라진 푸이그와 함께한 키움의 드라마 같은 2022시즌은 최종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악동마저 하나(One-Team)로 품은 키움의 2022시즌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이정후는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시즌이어서 빨리 끝내면 아쉬울 것 같다. 시즌을 최대한 길게 하고 싶어서 한국시리즈도 7차전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결과가 어떻든 2022시즌 키움은 주연조차 다가오는 엔딩을 아쉬워하는 최고의 드라마를 찍었다.
키움 야시엘 푸이그(왼쪽)./사진=뉴스1
키움 야시엘 푸이그가 홈런을 치고 돌아온 임지열을 안아주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