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차 대선배죠"…'현대 해체' 설움 겪은 캡틴과 신인, 지도자로 재회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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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2
▲ NC 다이노스 송지만 타격코치(왼쪽)와 전민수 타격코치 ⓒ NC 다이노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나이가 16살 차이 나는 대선배죠. 우리 히어로즈 막 창단했을 때 캡틴이셨고, 나는 신인이었어요."
2008년 현대 유니콘스가 재정난으로 해체될 당시 송지만(49)과 전민수(33)는 함께 풍파를 겪었다. 송지만은 현대 왕조를 함께한 베테랑이었고, 전민수는 현대가 해체 직전인 2008년 드래프트에서 뽑은 신인이었다. 한순간에 구단이 없어지는 바람에 둘은 같은 유니폼을 입지 못할 뻔했지만, 히어로즈가 2008년 3월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한 덕분에 함께할 수 있었다.
14년이 흘러 대선배 송지만과 신인 전민수는 NC 다이노스에서 지도자로 다시 마주했다. 강인권 NC 신임감독은 코치진을 개편하면서 N팀(1군) 타격 파트에 송지만, 전민수 코치를 새로 영입했다. 송 코치는 2014년 은퇴 뒤 꾸준히 지도자 생활을 해왔고, NC에서 뛰던 전 코치는 올해 5월 은퇴한 뒤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었다. 송 코치와 전 코치는 이번에도 베테랑과 신인으로 함께한다.
전 코치는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창단식에 선수단 대표로 나섰던 송 코치의 강렬한 첫인상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는 "나는 신인이었고, 송 코치님은 히어로즈 창단 첫해 캡틴이셨다. 그때 스프링캠프를 제주도로 갔었다. 그러고 나서 63빌딩에서 창단식을 하는데, 송 코치님이 앞에 나와서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못했어도 우리는 프로패셔널해야 한다. 이런 상황과 환경을 따지지 않고 시즌 때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기억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송 코치님은 성실함의 대명사이자 자기관리의 끝판왕이시다. 처음 코치를 시작하면서 송 코치님과 함께하는 것도 내게는 복인 것 같다. 야구 쪽으로 좋은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을 만나 시작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돼서 진짜로 감사하다. 좋은 멘토 코치님이다"라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전 코치는 신인 선수와 다름없이 새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막내 코치이다 보니 이동할 때는 늘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선수 시절에는 '내 것'만 하다가 '선수들 것'을 다 해주려다 보니 하루가 턱없이 부족하다. 단순히 타격을 지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선수들에게 어떤 스케줄이 더 효율적인지 고민해서 수정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행정 업무들은 매번 미션처럼 다가온다. 코치로 보낸 지난 열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래서 송 코치가 더더욱 고맙다. 초보 코치가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든든한 존재여서다. 전 코치는 "지금 껌딱지다. 송 코치님과 같은 호텔에 머물면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매일 같이 먹고 있다. 창원에 내려올 때도 서울에서부터 4시간 정도 함께 운전해서 왔다. 운전하면서 계속 대화를 했는데, 방향성이 같아서 좋았다. 코치님께서는 선수들끼리 건강한 경쟁을 원하시고, 강요하는 것은 싫어하시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두려움 없이 플레이하길 원하신다. 또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자고 하셨다. 프로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결과를 위해서는 결국 과정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와 맞아 좋았다"고 했다.
전 코치는 일단 선수들과 소통에 집중하려 한다. 송 코치가 가장 당부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까지 선수로 뛰면서 함께 생활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이 미션은 자신 있다.
전 코치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함께 뛰었던 친구들이고, 1~2군을 오가면서 두루두루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래서 선수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고, 각자 생각하는 방향성도 이야기해왔다. 내게는 이게 또 행운인가 싶기도 하다. 코치의 시작을 NC에서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선수 생활 이후의 삶을 늘 준비해왔다. 3차례(히어로즈, kt 위즈, LG 트윈스) 팀에서 방출되고, 1군과 2군을 계속 오가면서 스스로 느낀 갈증을 탐구했다. 팀을 계속 옮기면서 다양한 지도자분들을 만나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내가 들은 좋은 피드백들이 기반이 된 타격관을 갖고 싶었고, 계속 공부하고 있다. 내 타격관을 참고하면서 선수들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주고 싶다"고 지도자로서 바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