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우리 아빠...잘 이겨내서 랜더스 우승 함께 보자 [팬과 함께 랜딩④]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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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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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31살 랜더스 팬입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쩌면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 같아 사연을 보냈습니다.
아빠와 저는 떨어져 지낸지 약 14년째입니다. 저는 인천에 살고 아빠는 영등포에 살아요. 2~3달에 1번, 길게는 6개월에 1번 식사를 하는 정도고, 가끔 안부 전화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SSG의 오랜 팬이어서 그날도 야구장에 경기를 보러 갔어요. 경기가 시작됐을 때 친 오빠한테 아빠가 쓰러졌다고 연락이 와서 급하게 서울의 병원으로 가게 됐는데, 가는 내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고비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데 아무도 없는 병원 로비에서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울었습니다.
아빠는 폐암 말기에요. 온몸에 전이가 된 상황이라 의사도 언제가 마지막이라고, 몇 달을 살 수 있다고 얘기를 안 해줬어요.
그런데 저희 아빠 잘 버티고 계세요. 정말 의지가 강해서 한 달 동안 치료 받고 의식도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서 퇴원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기로 했어요.
항암도 3차까지 받고, 힘겹지만 밥도 잘 먹고, 걷는 게 힘든데도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살도 조금 쪘어요!
언제가 마지막일지 몰라서, 같이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한국시리즈를 보고 싶었지만, 밖에 오래 있으면 많이 힘들어하고 지치셔서 같이 가는건 포기했지요. 그래도 2차전, 3차전에서도 승리를 하면 항상 전화를 해서 같이 좋아하고 얘기했는데, 6차전에는 연락이 없어요.
5차전때 손발이 다 붓도록 아프면서 참다가 우승하던 날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셨거든요. 그래서 같이 기쁨을 나누지 못했고, 저는 아빠 걱정에 힘들어했는데…
이 이야기도 보내볼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제 이야기가 담긴 신문을 아빠에게 주면 나중에라도 추억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아빠.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혼자 외로웠을텐데 못 챙겨줘서 너무 미안해. 아빠가 아프고 나서야 이틀에 한 번씩 전화하고, 반찬도 처음으로 만들어서 가져다주고, 이걸 이제서야 하는 못난 딸이야.
어릴때는 너무 많이 미웠는데 이제는 너무 사랑해. 아프지 않고 거짓말같이 다 나았으면 좋겠어. 우리 아빠 잘 이겨내서 나랑 오빠 결혼할 때까지, 그리고 아빠가 나랑 같이 보고싶었던 야구 다시 보자. 랜더스 우승 다시 보자.
이겨내자 우리.
ssbb@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