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계약한 김광현-양의지가 연봉 대폭 삭감… 샐러리캡이 만든 웃픈 현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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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 6년 최대 152억 원에 계약한 양의지는 오히려 내년 연봉이 깎인다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4‧SSG)과 양의지(35‧두산)는 KBO리그 오프시즌을 '돈'으로 후끈 달아오르게 한 주인공들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도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김광현은 올해 SSG로 유턴하면서 4년 총액 151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이는 이대호의 4년 150억 원을 넘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이었다.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과 4+2년, 6년에 152억 원 계약을 했다. 4년 후 선수 옵션이 있어 어떤 식으로 계약이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으나 계약 기간과 인센티브를 모두 충족한다는 가정이라면 김광현의 총액 기준 KBO리그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사실 실적을 굳이 설명해봐야 입만 아픈 선수들이다. 오랜 기간 자신의 포지션에서 KBO리그 최고 타이틀을 놓지 않았다. 올해 활약도 좋았다. 김광현은 시즌 28경기에서 13승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SSG의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주역이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양의지는 어느새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다. 130경기에서 타율 0.280, 20홈런, 9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의 공격 성적, 그리고 여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두 선수의 2023년 연봉 자체는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총액 기준 150억 원 이상의 계약을 한 두 선수에다 연봉 삭감 요소가 있는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샐러리캡 한도 초과를 피하기 위한 두 구단의 연봉 설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FA 계약 기간 내의 연봉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샐러리캡 때문에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실제 김광현은 올해 151억 원 계약을 하면서 1년 차인 2022년, 그리고 4년 차인 2025년에 대거 몰아넣었다. 2022년은 샐러리캡 시행 전이었고, 2025년 정도는 되어야 SSG의 샐러리캡에도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김광현의 올해 연봉은 81억 원으로 몇몇 구단의 연봉 합산보다 더 많았다. 전체 계약 규모의 53.6%를 첫 해에 받았다.
이런 김광현은 2023년에는 연봉이 10억 원대로 확 줄어든다.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어쨌든 기록으로 남겨질 연봉 삭감액 역대 1위가 확실시된다. 샐러리캡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쩌면 이제 이런 기록은 의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양의지 또한 6년 최대 152억 원의 계약을 했음에도 연봉은 오히려 올해에 비해 내년이 큰 폭으로 깎인다. 양의지는 2018년 시즌 후 NC와 첫 FA 계약(4년 125억 원)을 할 당시에도 4년차 연봉(10억 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두 번째 FA에 대비했다. 보상금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올해 연봉이 계약 규모나 실력에 비해 많은 건 아니었는데, 내년 연봉은 비FA 스타급 선수 수준으로 책정했다. 절반보다 훨씬 넘는 금액이 표면적으로는 삭감된다.
역시 샐러리캡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두산의 사정과 연관이 있다. 두산도 근래 들어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 FA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쓰며 샐러리캡 한도가 빡빡한 상황이었다. 일단 올해와 내년 연봉 비중을 줄이고, 추후 연봉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샐러리캡 규정 위반을 피했다. 양의지의 연봉을 일단 대폭 줄여놓은 덕에 두산은 전력 보강을 하면서도 샐러리캡을 넘기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계약들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금은 계약기간 동안 나눠 샐러리캡 계산에 포함되지만, 연봉은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구단들이 두려워하는 건 샐러리캡을 2년 연속 넘겨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이 밀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는 팀의 경우 FA 영입시 홀수해와 짝수해 연봉을 극단적으로 책정하며 2년 연속 위반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