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로마에서 재기 꿈꾸는 소방수 라니에리

시작은 주말 라치오와의 로마 더비였다. 예상과 달리 로마는 라치오에 0-3으로 패하며 밀란과의 순위권 싸움에서 밀려났다. 설상가상 주 중 포르투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덜미를 잡히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이에 로마는 분위기 쇄신에 나섰고, 그들의 선택은 라니에리였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뿐 아니라, 세비야에서 영입했던 몬치 단장 또한 로마와의 작별을 선언했다. 이 모든 게 단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소방수 라니에리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레스터판 동화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라니에리지만, 지도자 생활 초반부터 그가 주로 활약한 무대는 이탈리아였다. 그러나 2011/2012시즌 중반 인터 밀란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그는 주로 해외에서 활약했고 모나코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는 풀럼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이 기간, 라니에리는 2015/2016시즌 레스터 시티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며 주가 상승했지만 그 다음 시즌에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 중 경질됐다.

이탈리아에서의 라니에리는 소방수 이미지가 강하다. 시작은 스페인 클럽 발렌시아였다. 1997년 라니에리는 발다노를 대신해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았고, 1998/1999시즌 이후 팀을 떠났다. 당시 라니에리는 70경기에서 33승 12무 25패를 기록했다. 이후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첼시(첼시 시절 또한 2000년 9월 소방수로 감독 부임했다) 그리고 발렌시아를 거쳤고 2007년 2월 파르마 지휘봉을 잡으며 피오렌티나를 떠난 1997년 이후 10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로 복귀했다.

이 때부터 라니에리는 본격적인 소방수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파르마에서 137일간 지휘봉을 잡은 그는 18경기에서 7승 6무 5패를 기록했고, 리그 19위의 파르마를 최종 순위 12위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다음 시즌 라니에리는 세리에A로 승격한 유벤투스로 둥지를 옮겼다. 데샹의 후임으로 유벤투스 사령탑에 부임한 라니에리는 두 시즌을 치렀지만, 시즌 막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그 다음 행선지는 AS 로마였다. 2009/2010시즌 9월 로마의 사령탑이 된 그는 당시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인테르를 위협하며, 시즌 막판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0/2011시즌 2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샤흐타르에 패한 데 이어, 리그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잠시 쉬어간 라니에리는 8개월 뒤, 가스페리니 감독 체제에서 고전했던 인테르의 임시 소방수로 부임했다. 그러나 상승세였던 부임 초반과 달리 급격한 내림세를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지휘봉을 놓게 됐다. 올 시즌 로마 복귀 이전, 라니에리 감독의 이탈리아 내 마지막 감독 커리어였다.

# 라니에리 복귀에도 숙제가 산더미인 로마

최악의 한 주를 보낸 로마의 선택은 감독 경질이었고, 이제는 디 프란체스코가 아닌 라니에리 체제에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다만 쉽지 않다. 전임 몬치 단장 체제에서 특히나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로마는 너무나도 많은 핵심 플레이어를 잃었다.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그리고 구단 재정 안정화 등,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한꺼번에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계속해서 고전 중이다.

시급한 건 중원 정비다. 나잉골란 그리고 스투르트만이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1999년생인 신예 자니올로 정도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미드필더들이 없다. 은존지와 파스토레 그리고 크리스탄테 모두 주전급으로 내세우기에는 무언가 2% 부족한 활약이다. 라니에리 감독으로서는 하루빨리 미드필더진 정비가 시급하다.

그 다음은 수비진 정비다. 최근 3경기에서 로마는 무려 8골을 내줬다. 후반기 들어 로마는 키에보전 3-0 승리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실점 중이다. 불안한 뒷문은 결과로 이어졌다. 포르투전 패배가 결정적인 예다.

# 라니에리 감독 주요 커리어(시즌 중반 부임 기준)

발렌시아(1997년 9월 - 1999년 6월) - 첼시(2000년 9월 - 2004년 6월) - 파르마(2007년 2월 - 2007년 6월) - AS 로마(2009년 9월 - 2011년 2월) - 인터 밀란(2011년 9월 - 2012년 3월) - 풀럼(2018년 11월 - 2019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