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에도 던지는 남자…“쉴 때도 야구 잊은 적 없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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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1
“54세 투수가 여전히 던진다. 심지어 타자들을 막아낸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SNS는 한 중년 투수가 아들뻘 되는 타자들을 꽁꽁 묶는 투구 영상을 소개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주인공은 1969년생으로 올해 54세에 접어든 ‘전설의 좌완’ 구대성(54)이다.
54세에 현역 복귀를 결정한 구대성은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잃었지만 노련미와 야구에 대한 열정을 앞세워 볼을 뿌린다. [사진 구대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KBO리그 무대에는 이미 구대성보다 어린 감독들이 여럿 활동 중이다. 7년 후배 이승엽(47)과 박진만(47)도 올해부터 사령탑 대열에 합류했다. 감독 연배의 현역이지만, 야구를 향한 구대성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전성기 시절 시속 150㎞를 넘나들던 강속구와 변화무쌍하게 춤추던 백도어 슬라이더는 사라졌지만, 한층 짙어진 노련미와 변함 없는 제구력으로 승부한다.
호주야구리그(ABL)에서 현역 복귀를 선언해 야구팬들을 놀라게 한 구대성을 1월의 마지막 날 전화로 만났다. 현재 시드니에 거주 중인 그는 “멀리 호주까지 야구를 하러 온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투수로 뛰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다시 마운드를 밟게 됐다”고 웃었다.
깜짝 등판은 질롱 코리아(한국 유망주 선수들이 파견된 호주 도시 질롱 연고의 구단) 유니폼을 입고 이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간 팀 운영을 중단했던 질롱 코리아는 올겨울 다시 선수단을 꾸렸다. 지난해 11월부터 송찬의(24·LG 트윈스), 장재영(21·키움 히어로즈), 김진욱(21·롯데 자이언츠) 등 KBO리그 샛별들이 모여 ABL 일정을 소화했다.
4년 전 질롱 지휘봉을 잡은 인연으로 경기장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하던 구대성에게 이병규(49) 현 감독이 실전 등판을 제안하며 거짓말 같은 현역 복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구대성은 “그간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러닝과 캐치볼도 소화한다. 70m 거리에 망을 세워 놓고 정확히 던지는 연습도 한다”면서 “호주유소년대표팀 코치로 일하고 있고, 지역에서도 간간이 선수들을 봐주며 함께 운동한다. 줄곧 야구와 함께 해왔다”고 녹슬지 않은 어깨의 비결을 공개했다.
모처럼만에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프로야구 통산 214세이브(역대 5위)를 달성한 레전드의 감각은 여전했다. 지난달 애들레이드 자이언츠를 상대로 3경기에서 2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54세 투수의 ‘해외토픽감’ 역투가 빛난 순간이었다. ABL 최고령 등판 기록도 새로 썼다.
그러나 정작 선수 자신은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불펜에선 직구가 130㎞까지 나오는데 막상 실전에선 120㎞가 겨우 찍히더라”며 운을 뗀 그는 “백도어 슬라이더도 예전 같지 않았다. 공이 너무 느려 타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멋쩍어 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종종 투수로 뛸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야구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대성은 지난 1993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1996년 18승 24세이브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3년 뒤엔 송진우(57), 정민철(51) 등과 함께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이끌어 한국시리즈 MVP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를 거치면서 한·미·일 무대를 모두 경험한 뒤 2006년 한화로 돌아와 2010년 은퇴했다.
호주에 머물지만 한국 야구를 향한 애정은 여전하다. 구대성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한국 야구 소식을 접한다”면서 “한화 경기도 챙겨본다. 투타에 좋은 선수들이 여럿 보인다. 밸런스만 잘 맞춰간다면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시드니로 왔다. 전지훈련지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라 밝힌 그는 “조만간 방문해 (이)승엽이와 후배 코치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과 함께 나눈 즐거운 기억을 떠올린 걸까. 수화기 너머로 작별 인사를 전하는 구대성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SNS는 한 중년 투수가 아들뻘 되는 타자들을 꽁꽁 묶는 투구 영상을 소개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주인공은 1969년생으로 올해 54세에 접어든 ‘전설의 좌완’ 구대성(54)이다.

호주야구리그(ABL)에서 현역 복귀를 선언해 야구팬들을 놀라게 한 구대성을 1월의 마지막 날 전화로 만났다. 현재 시드니에 거주 중인 그는 “멀리 호주까지 야구를 하러 온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투수로 뛰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다시 마운드를 밟게 됐다”고 웃었다.
깜짝 등판은 질롱 코리아(한국 유망주 선수들이 파견된 호주 도시 질롱 연고의 구단) 유니폼을 입고 이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간 팀 운영을 중단했던 질롱 코리아는 올겨울 다시 선수단을 꾸렸다. 지난해 11월부터 송찬의(24·LG 트윈스), 장재영(21·키움 히어로즈), 김진욱(21·롯데 자이언츠) 등 KBO리그 샛별들이 모여 ABL 일정을 소화했다.
4년 전 질롱 지휘봉을 잡은 인연으로 경기장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하던 구대성에게 이병규(49) 현 감독이 실전 등판을 제안하며 거짓말 같은 현역 복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구대성은 “그간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러닝과 캐치볼도 소화한다. 70m 거리에 망을 세워 놓고 정확히 던지는 연습도 한다”면서 “호주유소년대표팀 코치로 일하고 있고, 지역에서도 간간이 선수들을 봐주며 함께 운동한다. 줄곧 야구와 함께 해왔다”고 녹슬지 않은 어깨의 비결을 공개했다.
모처럼만에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프로야구 통산 214세이브(역대 5위)를 달성한 레전드의 감각은 여전했다. 지난달 애들레이드 자이언츠를 상대로 3경기에서 2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54세 투수의 ‘해외토픽감’ 역투가 빛난 순간이었다. ABL 최고령 등판 기록도 새로 썼다.
그러나 정작 선수 자신은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불펜에선 직구가 130㎞까지 나오는데 막상 실전에선 120㎞가 겨우 찍히더라”며 운을 뗀 그는 “백도어 슬라이더도 예전 같지 않았다. 공이 너무 느려 타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멋쩍어 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종종 투수로 뛸 생각이다. 그렇게라도 야구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대성은 지난 1993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1996년 18승 24세이브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3년 뒤엔 송진우(57), 정민철(51) 등과 함께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이끌어 한국시리즈 MVP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를 거치면서 한·미·일 무대를 모두 경험한 뒤 2006년 한화로 돌아와 2010년 은퇴했다.
호주에 머물지만 한국 야구를 향한 애정은 여전하다. 구대성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한국 야구 소식을 접한다”면서 “한화 경기도 챙겨본다. 투타에 좋은 선수들이 여럿 보인다. 밸런스만 잘 맞춰간다면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시드니로 왔다. 전지훈련지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라 밝힌 그는 “조만간 방문해 (이)승엽이와 후배 코치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과 함께 나눈 즐거운 기억을 떠올린 걸까. 수화기 너머로 작별 인사를 전하는 구대성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