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미국 왔나···34년 만의 눈보라에 갇힌 KIA 선수단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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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이러려고 미국 왔나···34년 만의 눈보라에 갇힌 KIA 선수단 이러려고 미국 왔나···34년 만의 눈보라에 갇힌 KIA 선수단](https://cdnfor.me/data/images/a4/aae342bfe55895252bdab8fcc581ac.jpg)
따뜻한 날씨를 찾아 떠난 스프링캠프에서 마지막까지 공포 체험을 했다. 34년 만에 로스앤젤레스에 닥친 눈보라에 KIA 선수단의 발이 묶였다.
KIA는 현지시각 24일 오후(한국시각 25일) 1차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한국으로 출발했다. 투손에서 스카이웨스트 국내선을 타고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투손에서부터 출발이 3시간 지연됐다. 도착지인 로스앤젤레스의 기상 악화가 원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이날 34년 만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3시간 늦게 이륙을 했지만 로스앤젤레스 공항에는 착륙하지도 못했다. 두 차례나 착륙을 시도했으나 기체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모두 실패하고 결국 인근 다른 공항으로 비행기를 돌려서야 착륙했다. 탑승했던 KIA 관계자는 “두번째 착륙을 시도할 때는 선수들을 포함한 승객 전부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기장이 착륙을 포기한 것이 현명했던 것 같다. 진짜 공포스러웠다”고 전했다.
선수단이 탄 비행기는 다행히 다른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그러나 생사를 위협할 정도의 공포를 경험한 선수단 앞에는 고난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KIA 선수단은 현지시각 밤 11시에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편을 타기로 돼 있었으나 이륙과 착륙이 모두 지연된 데다 다른 공항에 내려 결국 타지 못하고, 예정보다 12시간 늦은 25일 오전 11시 떠나는 아시아나 비행편을 타기로 했다. 공항에서 밤을 새우게 되자 KIA는 시내로 이동해 급히 숙소를 잡았다. 선수단도 몇 개 그룹으로 나눠 밴을 타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쪽으로 이동했다. 선수들부터 잠을 잘 수 있게 해줬고 구단 프런트 직원들은 숙박과 이동, 비행편을 새로 잡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한국에 도착해서도 문제다. KIA는 인천에 26일 오전 도착해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착 시간 자체가 26일 오후 5시로 늦춰져 예약해둔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됐다. 오키나와행 비행편 좌석에 여유가 없어 선수단은 서로 다른 비행기에 나눠 타면서도 그나마 일정이 더 늦춰지게 됐다. KIA 관계자는 “일단 인천에서 1~2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은 27일과 28일로 나눠서 오키나와로 들어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당초 26일 오키나와에 도착해 27일부터 2차 전지훈련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28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삼성전(3월1일), 롯데전(3일), 삼성전(5일), 한화전(7일) 등 5경기를 예정해뒀으나 28일 한화전은 불가능해졌다.
올해 리그 10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그 중 KIA, KT, NC 3개 구단과 WBC 대표팀이 투손에서 훈련했으나 추위와 눈, 비, 강풍까지 더해진 이상 기후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KIA는 2006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미국 애리조나를 전지훈련지로 택했으나 전과 너무도 다른 이상기후에 NC와 예정했던 2차례 연습경기도 모두 치르지 못하고 훈련을 마쳤다. 2차 캠프로 이동하던 길마저 34년 만의 눈보라에 갇혀 고난의 여정을 겪고 있다.
투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