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한 롯데·한화, 패배한 삼성·기아... 막 내린 KBO 집중 분석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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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지난해 11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키움 히어로즈 대 SSG 랜더스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1차전이 벌어지고 있다. photo 뉴시스
총액 793억원의 '돈잔치'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어느덧 폐장을 앞두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권리를 행사한 21명 가운데 아직도 소속팀을 찾지 못한 선수는 3명뿐. 나머지 18명 가운데 7명은 원소속팀 잔류를 선택했고, 11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다. 그 외 퓨처스리그 FA와 트레이드, 방출 선수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시장에서 FA가 하나둘씩 사라질 때마다 구단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알차게 쇼핑한 팀은 미소 지었고, 기둥뿌리가 뽑혀나간 팀은 밤잠을 설쳤다. 현상 유지에 만족한 팀도, 멀찍이 떨어져 남들이 펑펑 쓰는 걸 구경만 한 팀도 있었다. 여러 방송 해설위원과 구단 주요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10개 구단의 올겨울 스토브리그 성적을 매겨봤다.
롯데 자이언츠
취재에 응한 해설위원들과 전문가 전원이 올겨울 가장 전력보강을 잘한 팀으로 롯데를 꼽았다.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해 팀의 고질적 약점인 센터라인 강화에 성공했다는 게 이유다. 최근 3년간 롯데 포수들의 OPS(출루율+장타율) 평균은 0.610으로 10개 팀 중에 9위, 유격수 OPS는 0.546으로 전체 꼴찌였다.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팀 전력을 평가할 때 센터라인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롯데가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이 전부 센터라인이다. 외야수 안권수도 타격 능력이 괜찮은 선수"라고 했다.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최고의 영입이 이뤄졌다. 유강남이 오면서 투수 입장은 물론 팬들이나 벤치에서 봐도 안정감이 더해졌다. 경험 많은 노진혁의 합류도 내야 안정과 투수진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성호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롯데의 FA시장 밖 움직임에 주목했다. 장 위원은 "FA 영입도 좋았지만 다른 팀에서 방출한 선수를 영입한 것도 잘했다고 본다"면서 "그간 롯데는 주전과 비주전 선수의 기량 차가 컸다. 주전이 빠지면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인데 방출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데 필요한 '뎁스'를 잘 만들었단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박재홍 위원은 "의외로 한현희가 롯데에서 다시 잘할 수 있다고 본다"며 "고향(부산) 팀이기도 하고, 키움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심기일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롯데의 승수(64승)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가져다줄 예상 승수(약 7승)를 더하면 산술적으로 올 시즌 롯데 전력은 71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SSG와 LG, 키움, KT에 이은 전체 5위에 해당한다. 2019년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진행해온 구단 체질 개선과 선수 육성 성과에 올겨울 합류한 선수들이 '화룡점정'이 될 거란 예상이 많다.
한화 이글스
롯데 다음으로 많은 전문가가 3년 연속 최하위 팀 한화를 스토브리그 '승자'로 꼽았다. 오랜만에 돈다발을 들고 시장에 나온 한화는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FA 영입한 뒤 이명기까지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사실상 4명의 FA를 품에 안았다. 물론 처음 시장에 나오면서 사려고 마음먹었던 선수를 모두 데려오지는 못했다. '최대어' 양의지 영입 전에 참전해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양의지의 선택은 원소속팀 두산이었다. 거의 성사된 것처럼 보였던 퓨처스 FA 이형종도 마지막 순간 키움으로 향했다.
그래도 준수한 우타자 채은성을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 약점 보완과 공격력 강화를 이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모 구단 핵심 관계자는 "채은성이 6년 90억원의 가치가 있는 타자인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최하위팀과 지방팀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한화로선 약간의 오버페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한화는 팀 OPS 0.671로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였다. 최근 3년간 우타자 OPS 평균이 0.673으로 꼴찌, 우익수 OPS도 0.699로 꼴찌, 1루수도 0.700으로 최하위권이었다. 채은성은 우익수와 1루수 수비가 모두 가능한 오른손 타자다.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채은성이 한화에서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아마도 LG에서 김현수를 보면서 느끼고 배운 게 많았을 거다. 진정한 스타 선수는 혼자만 잘하지 않는다.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서 "한화는 투수진에 문동주, 김서현 등 젊고 유망한 선수가 많은 팀이다. 타선에서 채은성만 터져 준다면 올 시즌 기대해 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장성호 해설위원도 "한화가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면서 "이제는 주전 9명이 어느 정도 완성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활발한 외부 영입이 당장 올 시즌 좋은 성적이나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작년 승수(46승)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가져올 추가 승수(약 4승)를 더해도 50승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 10위는 한화"라고 예상한 장성호 위원은 "작년까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화라고 했을 텐데, 올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작년보다는 좋은 시즌을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긍정적인 면을 바라봤다.
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해마다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보다는 선수 유출이 많았던 팀이다. 그랬던 키움이 올겨울에는 오랜만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키움은 작년에 가진 전력의 합 이상의 성적을 거둔 팀이다. 득점, 실점으로 구한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0.508로 전체 5위인데 실제로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며 "만약 지난해 전력 그대로 다시 시즌을 치른다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현상 유지 대신 전력 업그레이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시즌 뒤 미국 진출을 앞둔 간판스타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도 키움이 올 시즌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원종현, 임창민, 홍성민 등 베테랑 불펜투수들의 합류는 지난해 경기 후반 역전패가 잦았던 불펜 안정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또 모범적인 선수이자 리더인 원종현, 임창민의 존재가 젊은 투수들에게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키움이 4년 20억원에 영입한 이형종의 최근 5년간 OPS는 0.817로 한화가 6년 90억원에 영입한 채은성(0.829)과 큰 차이가 없다.
두산 베어스
야구에서는 자잘한 안타 10개보다 결정적인 큰 것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지을 때가 있다. 올겨울 두산도 '양의지 복귀' 하나로 FA 시장의 모든 헤드라인과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원소속팀 NC와 한화, KIA까지 참전하며 양의지 영입전을 둘러싼 치열한 4파전에서 구단주의 강력한 의지를 앞세워 '의지의 승리'를 거뒀다.
리그 최고 안방마님의 복귀로 두산의 투수력은 물론 수비, 타선까지 광범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친정팀에 돌아온 만큼 양의지도 마음이 편하지 않겠느냐"면서 변함없는 활약을 예상했다. 반면 장성호 해설위원은 "아무리 양의지라도 조금은 부담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전성기보다 나이를 먹었고 홈구장이 잠실로 바뀌면서 그전만큼 많은 홈런을 때리긴 쉽지 않다. 이승엽 감독 부임에 양의지까지 오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도 부담스럽지 않겠는가"란 의견을 내놨다.
KT 위즈
KT는 기업 특성상 SSG나 두산처럼 '구단주 야구'가 불가능한 팀이다. 올겨울에도 대형 선수 영입보다는 누수를 최소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먼저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입대하고 베테랑 박경수가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센터라인 내야 보강이 절실했다. 처음엔 노진혁 등 A급 내야수를 노렸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표를 확인한 뒤 발길을 돌렸다.
대신 지난해 후반 반등의 가능성을 보인 김상수를 삼성에서 영입하고, LG에서 방출당한 '유틸리티' 이상호도 데려왔다. 김상수는 지난해 OPS 0.628로 심우준(0.617)보다 근소하게 좋은 타격 성적을 올렸다. 실책 숫자, 인플레이 타구 처리율 등 수비 지표에서도 둘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구단 핵심 관계자는 "KT는 워낙 투수력이 좋아 현상유지만으로도 여전히 우승후보"라며 "FA 시장 결과보다는 이강철 감독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게 변수"라고 했다.
NC 다이노스
2년 연속 간판스타를 빼앗겼다. 지난해 나성범을 KIA에 내준 데 이어 올겨울에는 양의지와 노진혁이 빠져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FA 자격을 신청한 7명 가운데 남은 선수는 박민우와 이재학 둘뿐이다.
물론 나름대로 대안은 있다. 양의지의 포수 공백은 부랴부랴 박세혁을 데려와 채웠다. 두산으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박세혁은 NC에 합류한 뒤 심기일전하며 독기를 품고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다. 시즌 후반에는 차세대 주전 포수 김형준도 부상에서 복귀해 포수 경쟁에 가세한다. 유격수 노진혁의 빈자리는 기대주 김주원이 채운다. 원종현, 이명기의 공백도 젊은 선수들로 메운다는 계산이다.
다만 양의지와 함께 사라진 공격력, 특히 장타력은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새 외국인 타자인 제이슨 마틴의 활약과 오영수, 윤형준 등의 성장을 기대할 뿐이다. 홈 관중 최하위권인 팀에서 그나마 티켓 파워 있는 스타가 2년 연속 팀을 떠난 것도 뼈아프다. 원래 NC가 그리려고 했던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다. 판을 주도하지 못하고 자꾸 상황에 끌려다니면 결국엔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게 된다.
LG 트윈스
올해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도)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팀이 LG다. 주전포수 유강남도, 우타거포 채은성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수였지만 끝내 잡지 못했다. 급하게 박동원을 데려와 포수 자릴 채웠고 채은성의 빈자리는 그동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외국인 타자로 만회한다는 계산이다.
LG 레전드 출신인 이상훈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빈자리가 커 보이는 건 사실이다. 특히 시즌 개막 시점에는 굉장히 허전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새로운 감독과 코치진이 다들 치밀한 야구를 하는 분들 아닌가.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존 선수들을 잘 활용해서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워낙 좋은 선수가 많고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라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LG 백업 중에 몇몇은 하위권 팀에 가면 바로 주전으로 뛸 만한 선수도 있다. 선수 한두 명이 빠져도 얼마든지 대체할 자원이 있다"라고 경계심을 보였다. 이제 포스트시즌 진출은 기본이 된 LG다. 전력 변화를 반영한 2023년 예상 승수도 85승으로 SSG(86승)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 라이온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FA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이 이번 겨울에는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외부 영입 선수는 보상선수로 건너온 외야수 김태훈 하나뿐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상수는 물론, 민완 내야수 오선진도 잡지 않으며 내야수 세대교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바라보는 야구계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삼성 레전드' 출신 양준혁 위원은 "올겨울 삼성의 움직임이 조금 아쉽다.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실제로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어린 선수들을 키우겠다는 의도 같은데 선수를 키우더라도 중심은 있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무더운 여름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재홍 위원도 "삼성이 별다른 보강을 하지 않았다. 다른 팀보다 전력이 약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장성호 위원은 "플러스 요인이 없는 건 맞지만 이적한 김상수와 오선진이 엄청난 성적을 올린 선수는 아니지 않았나. 이재현, 김지찬 등 키워야 할 선수들을 생각하면 구단이 교통정리를 잘했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삼성 캠프를 취재하고 돌아온 이상훈 위원도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훈련을 지켜보면서 뭔가 '원초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에서 선수들의 동물적인 감각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성만의 독특한 팀컬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삼성은 2021시즌 거의 정규시즌 우승 문턱까지 갔던 팀이다. 그때 멤버에서 감독과 코칭스태프만 바뀌고 나머지는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상위권에 도전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SSG 랜더스
SSG는 현상 유지에 주력했다. 외국인 선수 전원 교체와 좌완 임준섭 영입, 외야수 오태곤의 FA 잔류가 올겨울 움직임의 전부였다. 물론 지난해 '와이어-투-와이어(정규시즌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는 것)' 우승팀인 만큼 기존 전력만 잘 유지해도 가을야구 진출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목표가 '2년 연속 우승'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SSG는 실제 승률(0.629)이 득점과 실점으로 구한 피타고리안 기대승률(0.567)보다 훨씬 높았던 팀이다. 작년처럼 모든 '우주의 기운'이 SSG를 향한다는 보장이 올해에는 없다. 추신수, 김강민, 최정, 노경은 등 베테랑 선수들도 한 살 더 먹었다.
약점인 포수 자리에 별다른 보강이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정용진 구단주가 직접 "(포수 영입) 기다려 보세요"라고까지 했지만 샐러리캡에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포수 트레이드 역시 샐러리캡 때문에 할 수 없는 상황. 지난해 영입한 김민식의 활약과 유망주 조형우의 성장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
대부분의 해설위원과 전문가가 올겨울 스토브리그의 패자로 KIA를 지목했다. 주전포수 박동원을 LG로 보내며 잡지 못한 게 결정적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KIA가 신인 지명권 포함 온갖 대가를 내주고 박동원을 영입했을 때, 당연히 장기계약을 맺거나 FA로 잡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성호 위원도 "KIA가 박동원을 놓친 게 아쉽다. 대부분의 감독에게 임기 2년째는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기인데, KIA는 박동원을 놓쳤고 이렇다 할 외부 영입도 없었다. 작년에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김종국 감독으로선 2년 차에 전력 보강과 좋은 성적을 기대했을 텐데 오히려 전력이 약해진 셈이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재홍 위원 역시 "박동원을 빼앗겼고 주포 최형우도 전성기보다는 힘이 떨어졌다. 여기에 새 외국인들까지 기대에 못 미칠 땐 힘든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