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먹을 것 많았다…'현대가 싸움' K리그 흥행 보증수표 증명[현장속으로]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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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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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경기가 열린 25일 울산문수경기장엔 2만8039명의 구름 관중이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다 관중이다. ‘A매치급 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당일 오전 울산 KTX역서부터 느껴졌다. 울산과 전북 모두 ‘전국구 인기구단’임을 증명하듯 타지역에서 온 수많은 팬이 양 팀 유니폼을 입고 삼삼오오 기차에서 내렸다.
울산 구단은 지난 22일 정오 개막전 티켓 예매를 시작했는데, 4시간도 채 되지 않아 1,2층 전 좌석이 팔려나갔다. 사전 예매만 2만7000여장이다. 기자가 킥오프 3시간을 앞둔 오전 11시에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수만 팬이 몰려 있었다. 울산 구단은 올 시즌 울산시설공단으로부터 문수경기장 매점 사용 수익 허가를 득했다. 매점 운영권과 수익권을 손에 쥔 울산은 야심차게 F&B서비스, 샹품숍 13개 매장을 운영했는데, 긴 줄이 늘어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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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관중이 몰린 건 개막전이라는 상징성 때문만이 아니다. 성적 뿐 아니라 홍보·마케팅 등 행정까지 리딩구단으로 거듭난 양 팀 라이벌 의식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올 시즌엔 흥미로운 스토리까지 입혀지며 현대가 전쟁은 조기 점화했다. 지난해 울산이 전북의 리그 6연패 도전을 저지하고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 때 주력 요원으로 뛴 아마노 준(일본·전북)이 ‘적’이 된 게 시발점이었다. 또다른 ‘울산맨 출신’ 이동준, 김건웅도 전북 녹색군단의 일원이 됐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보란듯이 세 명을 선발라인업에 올렸다. ‘월드컵 스타’ 조규성도 최전방에 포진했다. 울산은 2년 연속 토종 최다 득점을 기록한 주민규가 친정팀으로 돌아와 복귀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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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 오브 아너’ 전통에 따라 전북은 선수 입장 때 ‘디펜딩 챔프’ 울산 선수를 향해 손뼉을 쳤다. 그리고 벼르고 있었던 것처럼 킥오프 호루라기가 울리자 거세게 울산을 몰아붙였다. 그 중심엔 아마노와 이동준이었다. 울산 팬의 엄청난 야유에도 둘은 전반 10분 간결한 패스로 송민규의 선제골을 끌어냈다. 하지만 울산은 저력이 있었다. 전북의 공세와 압박에 고전하다가 전반 43분 ‘스피드 윙어’ 엄원상이 오른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끝내 스웨덴 출신 새 외인 루빅손이 후반 19분 역전골까지 터뜨리며 울산벌을 달아오르게 했다. 결승골 장면은 전북 수비의 보기 드문 실수에서 비롯됐다. 홍정호의 백패스가 강하게 뻗어나가면서 U-22 골키퍼인 김정훈이 당황하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뒤로 빠뜨린 공을 루빅손이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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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 감독은 “많은 관중이 찾아와주셨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울산의 힘이 향상된 게 잘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격하게 세리머니를 펼친 엄원상은 “선제 실점하고 나서 팬이 실망하는 게 보였다. 우리 팬이 기죽지 않도록 강하게 했다. 팬의 사기가 올라왔고, 우리가 그 응원을 받아서 이길 수 있었다. 내 세리머니가 과격해도 우리 팀엔 이득이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이제 첫 경기일 뿐”이라며 “(두 번째 실점은) 김정훈만의 실수가 아니다.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고 다독였다. 아마노는 울산 팬이 일본어로 적은 ‘거짓말쟁이’ 현수막을 봤다면서 “신경 쓰이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감독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전북 팬도 많이 와주셔서 전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시즌 개막 전 홍 감독은 아마노가 신의를 깨뜨리며 전북으로 이적했다고 공개 비판한 적이 있다. 아마노도 유감이라며 맞섰다. 시작부터 타오른 ‘현대가’ 집안싸움은 올 시즌에도 K리그 흥행 보증수표가 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