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우, 211번 출전 만에 ‘무명의 반란’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우승
“부친 생일에 첫 승… 최고의 선물”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최은우(28·아만도)는 그동안 철저한 ‘무명선수’였다. 단 한 차례도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고 톱10은 공동 2위 한번 포함 19차례에 그쳤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호주에서 골프를 시작한 유학파인 최은우는 2014년 KLPGA 투어 드림(2부) 투어를 거쳐 2015년 정규투어에 뛰어들었지만 프로무대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데뷔 첫해 상금랭킹 60위, 2017년 56위를 기록하며 겨우 시드를 지켰고 이후에도 2018년 30위가 가장 높은 기록일 정도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매 시즌 시드 유지에 급급하던 최은우가 23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 신어·낙동 코스(파72)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총상금 8억원)에서 211개 대회 출전 만에 짜릿한 데뷔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은우는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 골라내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6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적어낸 최은우는 고지우(21·삼천리)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마침 이날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함께한 부친의 생일이라 더욱 뜻깊은 선물이 됐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최은우는 “오늘이 아버지 생신인데 최고의 선물이 됐다. 뒷바라지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한다”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최은우가 23일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데뷔 첫승을 거둔 뒤 이날 생일을 맞은 부친과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KLPGA 제공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최은우는 6∼7번 홀 연속버디에 이어 9번 홀에서도 한 타를 줄이는 등 전반에만 3타를 줄여 순식간에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어 13∼14번 홀 연속버디에 힘입어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16번 홀에서 다시 결정적인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최은우는 18번 홀(파4)에서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남겼지만 한뼘 거리에 붙여 차분하게 챔피언 퍼트를 마무리 지었다.
 
고지우는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담아 한때 공동선두에 합류했지만 1타가 모자라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는 못했다.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6승을 노리던 이소미는 이날 샷 감각이 눈에 띄게 무뎌지며 1오버파 73타로 부진, 공동 3위(6언더파 210타)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