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기고 뺨 맞아도 뛴 투혼의 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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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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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고 뺨 맞아도 뛴 투혼의 비달

정규시간이 종료된 뒤 5분의 후반 추가시간, 볼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자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은 드로잉을 위해 관중석에 다가섰다. 비달이 가까이 오자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비달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팬도 있었다. 비달은 환호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바르셀로나는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열린 잉글랜드 리버풀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홈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했다. 비달은 2선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하며 리버풀 수비진들을 쉬지 않고 괴롭혔다.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멀티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에게 향했지만 비달 역시 주인공의 자격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리버풀에 점유율이 48%대 52% 수준으로 근소하게 밀렸다. 중원 장악력과 볼 점유를 통한 공격 전개를 중요시하는 바르셀로나의 철학을 생각해 보면 의외의 결과였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가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내줬던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 정도로 평소 볼 소유권을 손에 쥐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이다. 중원에서 볼 배급 역할을 맡던 아르트루 멜루는 이날 벤치를 지켰다. 비달은 그동안 멜루에게 밀려 중요 경기에서는 주로 백업 요원으로 나섰다.
결과적으로 멜루가 아닌 비달을 선발 카드로 꺼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넣는 리버풀식 축구를 상대로는 멜루의 부드러움보다 비달의 투박함이 더 효율적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리버풀은 투톱 공격수로 나선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가 간격을 넓게 유지했다. 양 측면을 모두 활용하며 헤라드 피케와 클레망 랑글레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살라와 마네의 빠른 주력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2선에 나선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나 제임스 밀너가 득점을 노리는 방식도 염두에 뒀다. 이러한 위르겐 클롭 감독의 전술은 경기 초반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전반 20분 부상으로 인한 나비 케이타의 부상과 함께 곧바로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중원의 흐름을 뺏어온 데는 비달의 공이 컸다. 수비 시에는 오른쪽 미드필더 지역까지 곧바로 내려오며 리버풀이 측면을 크게 활용하는 것을 방해했다. 볼 소유권을 쥐고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공수 전반에 걸쳐 비달이 전술적 키를 쥐고 있었던 셈이다. 비달의 움직임은 후반전 필리페 쿠티뉴가 넬손 세메두와 교체되며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쿠티뉴가 위치했던 좌측 측면까지 올라가 메시와의 연계를 시도했다.
공격권을 손에 쥐고도 문전에서 결정짓지 못하던 리버풀은 후반 30분이 넘어선 시점에서 점차 소강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 지지치 않던 비달 특유의 투쟁심이 빛을 발했다. 리버풀이 공격적인 연계과정에서 움직임이 무뎌졌던 데는 비달의 활동량이 크게 작용했다. 메시는 비달이 상대 수비수들을 효과적으로 교란해준 덕에 쉽게 멀티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경기 내내 치열하게 싸웠지만, 베테랑의 침착함은 잃지 않았다. 후반 막판 패색이 짙어진 마네가 공격권을 잃으며 흥분한 나머지 충돌이 있었던 비달의 뺨을 때렸을 때였다.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바르셀로나 동료들이 달려가 마네에게 항의했지만 비달은 오히려 개의치 않다는 듯 가볍게 웃어 넘겼다.
비달의 찢어진 상의는 그의 투혼을 완벽하게 대변했다. 상대 선수와의 경합 도중 상의가 찢어지며 어깨선이 고스란히 드러났음에도 개의치 않고 쉴 새 없이 뛰었다. UEFA 경기 규정상 상의가 찢어지면 곧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지만 빠른 경기 템포 속에 그럴 여유는 없었다. 비달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야 웃음을 지으며 찢어진 상의를 갈아입었다.
경기가 끝난 뒤 비달은 “아직 결승에 간 것이 아니다. 리버풀은 훌륭한 팀이다. 원정에서는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고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 “메시는 환상적인 선수다. 하나의 쇼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다른 행성에서 온 듯하다”며 승리의 공을 메시에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