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현금 주고 받아왔던 그 어음… 팀 최고 파이어볼러로 우뚝, 슬슬 효과 나온다
토토군
0
83
0
2023.05.23
▲ 20일 사직 SSG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최이준 ⓒ롯데자이언츠
▲ 최이준의 가능성에 베팅한 롯데는 서서히 수확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kt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요약하면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주고, 대신 미래를 도모했다. 현금을 주고 어음을 받은 셈이었다.
당시 롯데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던 신본기, 그리고 우완 불펜 자원으로 1군 경험이 제법 있었던 박시영을 kt에 넘겼다. 팀의 장기적인 구상에서 약간은 뒤로 밀려 있었던 두 선수를 주고, 대신 당시 최건이라는 이름을 썼던 최이준(24)과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최이준은 생소한 이름이었다. 당장 당시까지만 해도 1군 경력이 3경기 밖에 없었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8년 kt의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은 최이준은 2018년 2경기, 2019년 1경기가 1군 출전 기록의 전부였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군 복무 중이었다. 당장 활용할 수도 없었다. kt도 내심 최이준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당시에는 우승을 위해 내야와 불펜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이준을 내놓은 이유였다.
kt는 신본기와 박시영이 2021년 알토란 같은 몫을 하면서 이 트레이드에서 얻을 것을 얻었다. 이제 남은 건 롯데가 받은 어음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최이준은 제대 후 지난해 5경기에 나갔으나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14에 머물렀다. 구위는 좋았는데 제구가 문제였다. 하지만 올해는 실마리가 보인다. 롯데가 왜 이 선수에게 투자를 했는지가 어렴풋이 보이고 있다.
4월 21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등록된 최이준은 9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경기에서 기복이 있었을 뿐, 잘 던지는 날에는 팬들을 기대케 할 만한 요소들을 더러 보여주고 있다. 빠른 공은 분명 매력적이다.
롯데가 최이준을 원했고 또 결국 트레이드까지 이른 건 잠재력 때문이었다. 트래킹 데이터를 통해 면밀하게 최이준의 장점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스피드건에는 찍히지 않는 데이터에 주목했다. 분당 회전 수(RPM)도 좋았고, 수직무브먼트 등 여러 가지에서 장점이 있었다. 제구만 잡히면 필승조로 충분히 성장 가능한 재목으로 봤다.
▲ 최이준은 빠른 공과 뛰어난 수직무브먼트를 자랑하고 있다 ⓒSSG랜더스
실제 최이준은 현재 롯데 불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팀 내 최고 파이어볼러였던 이민석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평균 구속만 놓고 보면 김원중과 더불어 최고를 다툰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최이건은 올해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 시속 151.2㎞을 기록했다. 평균 구속도 147.9㎞를 기록해 한 경기만 뛰고 시즌 아웃된 이민석 다음을 기록했다. 수직무브먼트는 팀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편이다.
직전 등판이었던 20일 사직 SSG전에서는 3이닝 동안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좋은 활약을 했다.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이준이 3이닝을 잡아주면서 롯데는 다음 날 경기에 대비한 전략적인 후퇴를 할 수 있었다. '트랙맨'에 따르면 포심 최고 구속은 150.3㎞가 찍혔고, 평균 148.3㎞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커브를 적절하게 섞으며 SSG 타선을 막아섰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최이준의 몸과 긴장이 풀려가는 단계라고 진단한다. 서튼 감독은 20일 경기를 두고 "최이준이 필요할 때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존재감도 확실히 보였다"고 칭찬하면서 "바디 랭기지 또한 자신감이 찬 모습을 보여줬고 제구도 좋아졌다. 최이준 덕에 다른 불펜 투수들을 아낄 수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낫고, 올해 첫 등판보다는 직전 등판의 내용이 훨씬 더 좋았다. 긴장을 풀고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올해 꽤 괜찮은 성과와 함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발판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팀 구속 자체가 아주 느린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빠른 편도 아니다. 리그 평균 수준이다. 미래를 대비해서도 파이어볼러가 더 필요하다. 최이준이 그런 몫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