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10안타 13득점' 폭풍같던 한화의 68분, 근데 기록 경신을 못 했다고?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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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6
▲ 한화가 13득점을 올린 8회 전광판 ⓒ곽혜미 기자
▲ 8회초 13득점하고 16-6 승리한 한화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가 그야말로 '미친듯한' 8회를 보냈다.
한화는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16-6으로 역전승했다. 9위였던 한화는 21일 NC전부터 이어졌던 최근 2연패를 끊어내며 키움과 함께 공동 8위가 됐다.
7회말까지 패색이 짙었다. 한화는 4회말 3득점으로 3-3 경기의 균형을 맞췄으나 6회말 불펜진이 대타 김준완에게 1타점 희생플라이, 김동헌에게 좌월 투런포를 맞아 다시 3-6으로 리드를 내줬다. 7회초에는 선두타자 이진영이 2루타로 출루했으나 노시환의 삼진, 채은성의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다.
그런데 한화에는 8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화는 8회 18타자가 나와 10안타 5볼넷으로 13득점하며 폭발했다. 역대 2번째 타자이순(한 이닝 타순을 2번 도는 것)도 나왔다. 무려 108분이나 이어진 공격이었다. 한 경기 10안타를 쳐도 수월하게 이기고 13득점을 하면 완승이라 하는데 그 모든 게 한 이닝에 일어났다. 저녁 9시 28분부터 10시 36분까지 68분 동안 한화가 뜨겁게 타올랐다.
그럼에도 KBO 새 기록이 아니었다. 바로 4년 전 한화 때문이었다. KBO 한 이닝 최다 득점 기록은 2019년 4월 7일 한화가 사직 롯데전에서 3회 기록한 16득점이다. 당시 한화는 3회에만 20타자가 나와 타자이순했고 13안타 3볼넷 16득점으로 역대 한 팀 한 이닝 최다 득점, 안타, 타석, 타수, 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다만 4년 전 16득점에는 상대 실책이 끼어 있어 상대 투수진의 실점은 16실점이었지만 자책점은 8점에 불과(?)했는데 키움은 실책 없이 13점이 모두 투수 자책점이었다. 키움은 8회초에만 4명의 투수가 올라왔으나 한 명도 빠짐없이 실점했다.
▲ 문현빈 ⓒ곽혜미 기자
▲ 윌리엄스 ⓒ곽혜미 기자
고척에서 한화는 이날 문현빈이 3안타 1타점 3득점, 이진영이 2안타(1홈런) 4타점, 채은성이 2안타 2타점, 노시환이 1안타(1홈런) 2타점, 윌리엄스가 2안타 2타점, 김태연이 2안타 3득점을 기록했다. 노시환은 데뷔 첫 한 시즌 20홈런 고지도 밟았다.
놀랍게도 2019년 4월 7일 당시 경기에서 상대팀인 롯데 선발투수로 나와 3회 아웃카운트 없이 6실점하며 2이닝 6실점 패전투수가 됐던 장시환은, 이날 3-6으로 뒤진 7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은 뒤 8회초 팀이 대역전에 성공하면서 2020년 9월 22일 두산전 이후 1038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KBO리그 최다 연패 기록이던 19연패에서도 탈출했다.
한화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진영(우익수)-정은원(2루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문현빈(중견수)-김태연(지명타자)-최재훈(포수)-닉 윌리엄스(좌익수)-이도윤(유격수)이 나섰다. 선발투수는 한승혁이 나와 2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8회초 김재웅을 상대로 문현빈의 안타, 김태연, 최재훈의 연속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바뀐 투수 이명종이 윌리엄스를 유격수 뜬공 처리했으나 대타 하주석이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어 이진영이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려 1점차로 추격했다. 정은원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가 이어졌고 노시환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6-6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채은성이 8회 3번째 투수 김선기를 상대로 경기를 뒤집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문현빈이 2사 1,3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보탰다. 김태연도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최재훈의 대주자였던 권광민이 2타점 3루타를, 윌리엄스가 1타점 2루타를 쳤다. 하주석의 볼넷 후 이진영이 다시 바뀐 투수 윤석원을 상대로 쐐기 스리런포를 날리며 8회 13득점째를 완성했다.
▲ 노시환 ⓒ곽혜미 기자
▲ 한화 ⓒ곽혜미 기자
한화는 이후에도 정은원, 노시환의 안타로 2사 1,3루 찬스를 이어갔으나 채은성 타석에서 대타 장지승이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돼 자신들의 기록을 4년 만에 경신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화는 16-6 점수차를 지키고 쾌승을 거뒀다.
장시환은 이날 경기 후 눈물을 보이며 "내가 안 좋은 것(연패)을 다 가져갔으니 후배들은 좋은 것만 겪었으면 좋겠다. 이제 연패를 끊었으니 연승을 해보고 싶지만 그건 힘들 것 같고 팀이 5강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이라는 드라마가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