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아이콘’ 김종민 감독 “내가 내려두면 선수들 나약해져… 높은 곳 바라볼 것”
토토군
0
52
0
2023.09.03
김종민 감독이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또 한 번의 드라마를 꿈꾼다.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를 이끄는 김종민(48) 감독은 지난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사상 최초의 ‘패패승승승’을 써내 팀의 ‘V3’를 이룩해냈다. 강렬한 리더십을 선보인 김 감독을 향해서도 ‘명장’이라는 찬사가 붙었다. 사령탑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올 시즌도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선수단과 함께 5년 만에 재개된 일본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일본 시가현 오쓰시 도레이 아레나에서 “감독으로서 목표는 항상 가장 높은 곳이다. 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승부욕을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며 새 시즌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리빌딩과 별개로, 성적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지난달 22일 팀과 3년 재계약도 맺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역대 최고 대우다. 계약 기간을 모두 채워 2026년까지 팀을 이끌면 종전 9년의 여자부 역대 최장기간 부임 기록을 넘어 10년을 채운다.
그는 “김천에서 오래 생활도 했고, 이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며 “그래도 구단이 저를 필요로 하고, 저도 팀과 선수들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재계약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이 팀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생각하고 있다”며 “‘항상 똑같은 배구’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 팀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일본 전지훈련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제공 |
전지훈련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항상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 자체가 꼭 필요하다”며 “정교함이나 기술이 좋은 일본 선수들을 보고 느꼈으면 한다. 훈련만 반복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고 본인이 느끼고 성공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정아(페퍼저축은행), 정대영(GS칼텍스) 등 베테랑이 팀을 떠났다. 대신 고의정, 최가은, 박은지 등 젊은 선수들이 합류했다. 김 감독은 “고의정은 팀에 온 지 며칠 안 돼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찾기 위해 연습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지에 대해서는 “내성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며 “어린 선수이고 기대되는 세터다. 말도 더 많이 하고 밝게 지내길 바란다”며 웃었다.
김종민 감독(가운데)과 선수단이 우승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새 외인 반야 부키리치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기대 이상”이라며 “긍정적인 데다 융화도 빠르고 더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 한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적응력이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 그는 “어린 선수이고 프로에서 게임을 많이 해본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훈련이나 연습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직은 동선이 조금 겹치기도 하지만 훈련 과정에서 자리를 잡을 문제”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박)정아나 (정)대영이가 빠졌다고 하지만 저희 팀이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팀을 향한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이어 “결국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만큼 힘든 훈련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제가 목표를 내려놓으면 선수들은 더 나약해진다. 감독으로서 목표는 항상 가장 높은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