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Star] ‘78분 혈투 승리’ 안세영 “날 못 믿은 경기… 그래도 숨통 트였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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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30
배드민턴 대표팀의 안세영이 단체전 준결승 1경기 단식을 승리한 후, 믹스트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허행운 기자 |
잠깐의 위기, 하지만 ‘셔틀콕 여제’는 잘 헤쳐 나갔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1·삼성생명)은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태국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4강 1경기 단식에 출전해 초추웡 폰파위(12위)를 2-1(21-12 18-21, 21-15)으로 꺾고 팀에 1승을 안겼다.
지난 29일 몰디브와의 8강전에서도 1경기 단식에 나선 그는 ‘약체’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를 2-0으로 잡아내며 문제없이 대회를 시작했다. 대진운을 업은 한국이 4강에서 중국·일본이 아닌 태국을 만난 가운데, 안세영의 순항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믹스트존에 등장한 안세영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내어준 1개의 세트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 그는 “(경기력이) 많이 불안했다. 게임 내용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길 수 있어서 너무 좋고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운을 뗐다.
1세트는 수월했다. 초반 연속 6점을 몰아치며 코트 분위기를 주도해 승리를 챙겼다. 2세트가 문제였다. 상대 분위기에 휩쓸리며 범실이 쏟아졌다. 6-11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탄탄한 수비를 발판 삼아 18-17 역전을 일구기도 했지만 결국 세트 타이를 내줬다.
밀리던 당시 아쉬웠던 점을 구체적으로 묻자 “제 자신을 믿지 못했다. 공 컨트롤이 불안해지면서 힘들었던 경기가 됐다”고 되짚었다. 그는 “체력적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공격에서는 조금 밀렸지만, 많이 뛰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를 많이 돌려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당시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안세영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요넥스 코리아 SNS |
마음을 다잡고 임한 3세트는 다시 안세영의 페이스였다. 초반 탐색전을 지나 튼튼하게 버틴 그는 모든 공을 받아내는 수비를 주춧돌 삼아 상대 범실을 유도했다. 결국 체력이 부친 폰파위를 점수로 압박하며 격차를 벌렸고, 최종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8강전에서 20분 만에 1경기 단식을 끝냈던 그는 이날 1시간18분의 장기전을 펼쳐야 했다. 안세영은 “이렇게 힘든 경기에서 이기면 너무 좋다. 또 이런 경기 뛰고 나면 숨통의 트여 더 잘 뛸 수 있다”며 “체력적으로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중국 홈, 현지시간 9시에 시작되는 아침 경기 등 변수가 도처에 도사린다. 안세영은 “응원소리가 커서 코치님이나 심판 목소리도 잘 안 들려 정신이 없긴 하다. 그래도 제 게임은 제가 알아서 하는 거니까 신경쓰지 않는다”며 “아침 경기는 특이 케이스다. 좀 힘들긴 하지만 우승할 수 있는 길이라면 충분히 해야할 일”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한편 안세영의 승리로 태국에 1-0 리드를 잡은 한국은 2경기에 여자 복식 세계랭킹 2위 이소희-백하나 조가 출격해 승리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한국은 태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바로 옆 코트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일본 준결승전의 승자와 금메달을 두고 다투게 된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