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에게 빼앗겼던 득점왕…"솔직히 욕 나왔죠" 솔직한 주민규, 이번엔 수혜자 됐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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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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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2021-22 시즌 23골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공동 수상했다. 2010-11시즌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카를로스 테베즈도 득점 수가 20골로 같아 골든부츠 트로피가 두 개 제작됐다.
프로축구 K리그 득점왕 규정은 다소 특이하다. 리그가 끝났을 때 최다 득점자가 공동으로 나오면 출전 경기 수와 시간이 더 적은 선수가 득점왕을 수상한다.
주민규는 이 규정 때문에 울고 웃었다.
지난 시즌 주민규는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17골로 득점 1위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15골을 기록하고 있던 조규성이 최종전에서 멀티골로 주민규와 같은 17골을 맞췄다.
주민규가 37경기에 출전한 반면 조규성은 최종전이 31번째 경기. 규정에 따라 조규성에게 득점왕 영예가 돌아갔다. 최종전에서 일어난 역전이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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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의 '피해자'였던 주민규는 1년 뒤 '수혜자'가 됐다.
최종전이 열리기 전까지 주민규는 시즌 17골로 득점 1위에 올라 있었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와 1골 차. 최종전에서 조규성에게 뒤집혔던 지난 시즌과 같은 그림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번엔 주민규가 티아고보다 출전 시간이 적었다는 점. 티아고는 주민규보다 출전 시간이 200분 넘게 많았다. 따라서 최종전에서 득점 수가 같아지더라도 주민규가 트로피를 거머쥐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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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고는 2일 FC서울과 경기에서 시즌 17호골로 끝내 주민규를 따라잡았다. 하루 뒤 최종전에 출전한 주민규는 득점하지 못해 두 선수가 나란히 17골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이번엔 출전 시간이 더 적은 주민규에게 득점왕 트로피가 돌아갔다. 출전 수는 36경기로 같으나 출전 시간이 주민규가 2621분, 티아고가 2833분이다.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K리그 시상식에서 만난 주민규는 K리그만의 득점왕 규정 때문에 1년 동안 일어난 일을 돌아봐달라고 묻는 말에 "지난해 같은 경우엔 사실 욕 나왔죠"라고 웃었다.
"다른 리그는 공동 수상한다"며 "사람이 간사한 게 (올해는) 제가 타니까 '이런 제도도 좋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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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해 제가 못 받았을 때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공동 수상을 좋겠지만 이 제도의 메리트는 '한 명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제도를 알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선 전혀 불만은 없다. 그냥 아쉬움만 있었을뿐이다. 올해 제가 받다 보니 기분은 좋다"고 했다.
주민규는 이번 타이틀로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에 득점왕 타이틀로 K리그 역사상 두 차례 득점왕은 주민규가 역대 다섯 번째다. 주민규에 앞서 데얀이 FC서울 시절 세 차례(2011~2013), 이기근(1988·1991) 윤상철(1990·1994) 김도훈(2000·2003)이 두 차례씩 득점상을 품었다.
게다가 주민규는 다른 주전 공격수들이 꾸준한 출전 시간으로 득점을 쌓은 것과 달리 마틴 아담(5골), 루빅손(6골)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면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주민규를 향해 꾸준한 출전 시간을 못 줘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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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는 "감독님께서 출전 시간을 못 줘서 미안했었는데, 그런 게 오히려 잘 됐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며 "감독님은 팀 감독님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를 다 끌고 가야 하는 분이다. 감독님께서 팀 문화와 같은 것들을 잘 만드셨기 때문에 잘 끌고 왔다고 생각한다. 우승도 했다. 그 와중에도 득점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이 출전 시간을 배분해 주셨기 때문이다. 득점왕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K리그2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주민규는 이번 시즌 울산 현대로 이적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1부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주민규는 "내 커리어에 (1부리그) 우승이라는 게 없다. K2에서 우승했을 때 기뻤다. 팬들이나 선수들이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K리그1에서 우승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욕망과 열정이 있었다. 그것을 이룰 수 있어 기억에 많이 남을 한 해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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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 어제 트로피를 들어올려 보니 트로피가 굉장히 무겁더라. 이 왕관의 무게가 정말 무겁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또 이 우승했을 때 기쁨은 K2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진짜 기뻤다. 이 경험들이 제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또 "축구 선수, 프로 선수라면 매일 겸손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 전 득점왕과 베스트 일레븐 상을 받았을 때, 그때가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아직 전성기가 안 왔다'고 이야기하는데, 아내 입에서 전성기라는 ㅁ말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아내로부터 전성기라고 인정받기 위해선 어떤 것을 이뤄야할까'라고 묻는 말엔 "은퇴하는 날 이야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딜 가든 만족을 못 할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