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억 대박' KBO 역대급 MVP의 금의환향, 美도 놀랐다…"ERA 5.41 투수였는데"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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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 에릭 페디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에릭 페디(30)는 빅리그 6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한 뒤 KBO리그에서 성공기를 썼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6일(한국시간) 한국 도전 1년 만에 최정상급 투수로 성장해 빅리그로 돌아온 우완 페디를 집중 조명했다. MLB.com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이날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196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메디컬 테스트 절차가 남아 있어 구단의 공식 발표는 아직이다.
지난해 겨울만 해도 페디는 미국에서 이 정도로 주목할 선수가 아니었다. 페디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고, 2017년부터 빅리그에서 꽤 기회를 얻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102경기(선발 88경기)에 등판해 21승33패, 454⅓이닝,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MLB.com은 'MLB파이프라인에 따르면 페디는 2016년과 2017년 시즌 전에 유망주 상위 100명 안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6시즌 동안 한번도 평균자책점 4.29보다 낮은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다. 부상 탓에 한 시즌에 140이닝을 넘긴 적도 없었다. 2022년 시즌에는 워싱턴에서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했다. 탈삼진 94개, 볼넷 58개에 127이닝 동안 21피홈런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페디는 위의 설명대로 6시즌 동안 부진했던 탓에 메이저리그에서 더는 생존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워싱턴으로부터 논텐더로 방출됐고, 다음을 도모하던 차에 NC의 레이더에 걸렸다. NC 다이노스가 KBO 규정상 페디에게 줄 수 있는 최고 몸값은 100만 달러(13억원)였지만, 페디는 도전을 선택했다.
페디의 아버지인 스캇은 그런 아들에게 도전을 권했다. 스캇은 지난 겨울을 되돌아보며 "선택은 본인의 몫으로 남겨뒀지만, 아들에게 해외에서 살면서 다른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인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라고 조언하면서 잘 선택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한번 숨을 고르고 가는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서 KBO 역대 4번째이자 외국인으로는 첫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KBO 외국인 투수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남겼고, 자연히 MVP도 그의 몫이었다.
MLB.com은 '페디는 올해 NC에서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다승 1위에 오르면서 KBO 역대 4번째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최동원상은 KBO의 사이영상이다'고 활약상을 소개했다.
스캇은 한국에서 도전을 즐기며 최고의 성적까지 낸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페디가 KBO MVP 트로피를 들어올린 날 "아빠로서 페디가 자랑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페디는 자랑스러운 최고의 아들이었다. 학교에서 성적도 뛰어났다. 페디와 같은 아들을 둔 건 내게 행운"이라고 감격했다.
▲ 페디 ⓒ곽혜미 기자
▲ 페디는 큰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지만 궁극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MLB.com은 페디가 180도 다른 투수가 된 것과 관련해 '페디는 워싱턴에서 뛸 때 싱커와 커브,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한국에 가서 그는 스위퍼를 그의 레퍼토리에 추가했고, 변화는 즉시 결과로 나타났다. KBO리그에서 탈삼진율 29.5%는 메이저리그 시절 기록인 17.5%를 훨씬 웃돌고, 볼넷 비율 4.9%는 메이저리그 시절 기록 9.5%의 절반 수준이다. 그리고 페디의 땅볼 유도 비율은 70%로 매우 뛰어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상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5일 페디의 빅리그 복귀 임박을 알리며 '일반적으로 타자 친화적인 해외 리그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빠르게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력이 좋아졌고, 구종 배합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페디는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슬라이더의 수평적 움직임이 더 생기도록 연마했고, 체인지업 그립에도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그런 변화된 무기는 올겨울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의 흥미를 유발했다'고 바라봤다.
페디는 선발투수 보강이 필요한 팀들에게 가성비가 좋은 매물이었다. 2년 1500만 달러 수준이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저렴한 계약에 속하는데, 빅리그 6시즌 경험에 한국에서 MVP를 차지하면서 자신감까지 붙었으니 이보다 좋은 카드가 없었다. 화이트삭스와 뉴욕 메츠가 최종 계약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결국 화이트삭스가 페디를 손에 넣었다.
원소속팀 NC는 메이저리그행이 유력한 분위기 속에서도 페디 잔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구단은 물론 KBO 역사적으로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에이스를 놓칠 수 없었다. 페디가 지난달 말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다년 계약 카드까지 꺼내며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과 쩐의 전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KBO가 올해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면서 팀마다 외국인 선수 3명에게 지출할 수 있는 총액을 400만 달러(약 52억원)로 정했다. 화이트삭스가 페디에게 보장한 2년 총액 15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NC는 이제 페디를 대신할 새로운 에이스를 구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MLB.com은 페디가 메릴 켈리(35,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KBO 역수출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했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시즌 동안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2년 550만 달러(72억원) 보장 계약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활약상이 페디보다 뛰어나지 않았고, 켈리는 한국에 오기 전에 메이저리그 커리어도 없었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간 배경이다.
켈리는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뒤로 계속해서 가치를 증명하면서 몸값을 올린 케이스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애리조나에서 보장받은 금액만 3300만 달러(432억원)다. 처음 2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에서 꾸준히 활약한 덕분에 2021년과 2022년 구단 옵션이 실행되면서 2+2년 1450만 달러 계약을 완성했다. 2022년 시즌에 앞서 2년 연장 계약까지 하면서 2024년 까지 1800만 달러가 추가로 보장됐다. 애리조나는 2025년 구단 옵션 700만 달러에 구단이 옵션 실행을 거부하면 켈리가 바이아웃으로 100만 달러를 받는 조항도 넣어줬다.
페디는 딜런 시즈, 마이클 코펙, 마이클 소로카 등과 함께 다음 시즌 화이트삭스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전망이다. 시즈는 트레이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페디가 합류하면서 화이트삭스는 4~5선발 쪽을 보강하게 됐다. 페디는 선발투수층이 그리 두껍지 않은 화이트삭스에서 꽤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페디 역시 켈리처럼 메이저리그 복귀 후에도 기량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몸값을 올리는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 월드시리즈 2차전의 영웅 메릴 켈리
▲ 에릭 페디 ⓒ 곽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