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복싱 은감바, 난민팀 첫 메달…75㎏급 동메달
카메룬 출신 영국 거주하는 성소수자 은감바, 추방 불안감 속에도 맹훈련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성소수자 여자 복싱 선수 신디 은감바(25)가 난민팀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은감바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75㎏급 준결승에서 아테이나 바이롱(파나마)에게 1-4로 판정패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
올림픽 홈페이지는 "은감바는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난민 대표팀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며 "은감바의 메달은 전 세계 1억2천만명의 난민에게 감동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난민팀을 꾸렸다.
내전, 전쟁, 차별 등 피치 못할 이유로 조국을 떠난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은감바는 카메룬 출신이다. 11살 때 부모님을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고, 영국 볼턴에서 시민권 없이 자랐다.
그는 불법 체류자로 체포되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여성 동성애자인 은감바는 카메룬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라며 "카메룬에서 동성애는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은감바는 카메룬으로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복싱으로 이겨냈다.
만 15세 때 복싱을 시작한 은감바는 영국 내에서 정상급 복서로 성장했다.
그는 최근 영국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기도 했으나 영국 시민권 및 여권이 없어서 파리 올림픽 영국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는 없었다.
은감바는 IOC의 지원으로 난민팀 선수로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고, 대회 기간엔 영국 코치들이 그를 도왔다.
이날 열린 준결승에서도 영국 코치들이 은감바를 지도했다.
은감바의 메달 수여식은 10일 여자 복싱 75㎏급 결승전을 마친 뒤 열린다.
시상대엔 난민 선수 국기로 사용하는 오륜기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