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 복식 계보 이어온 김소영, “코트 안팎에서 내가 할 역할이 남아있다”
한국 女 복식 계보 이어온 김소영, “코트 안팎에서 내가 할 역할이 남아있다”
배드민턴국가대표팀 김소영(33·인천국제공항)은 한국여자복식의 계보를 이어 온 스타플레이어다. 2011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이래로 14년동안 한국배드민턴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 지난해 2024파리올림픽 이후 대표팀에서 역할이 줄었지만,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베테랑 복식 파트너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
김소영은 세계랭킹이 높아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자동통과했다. 여자복식에서 ‘영혼의 파트너’ 공희용(29·전북은행)과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 10위에 오른 덕분에, 12위까지 주어지는 자동선발권을 획득했다. 그동안 공희용과 세계 1위까지 올랐고, 2020도쿄올림픽 동메달까지 합작했기 때문에 올해도 맹활약이 기대됐다.
그러나 올해 김소영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파리올림픽 이후 대표팀이 복식조 개편에 돌입하면서 주력 조합이 젊은 선수들로 바뀌었다. 현재 대표팀의 여자복식 주력 조합은 백하나(25)-이소희(31·인천국제공항·세계랭킹 3위), 김혜정(28·삼성생명)-공희용(9위)이다.
대신 김소영은 김보령(23·김천시청) 등 어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소속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올해부터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종전보다 역할이 줄어들었고, 코트와 작별을 고할 날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 답답할 법도 하지만 초연하다.
김소영은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취임식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현재 대표팀에서 고정 파트너가 없지만 어린 선수들과 조를 이루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답게 코칭스태프의 지시대로 내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이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지만, 이제 후배들도 기회를 받아야 한다. 내 파트너였던 (공)희용이도 (김)혜정이와 공격력을 앞세워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좋다”고 밝혔다.
그동안 항상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아픔도 씻어냈다. 당시 김소영-공희용은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지만 여자복식 8강에서 펄리 탄-티나 무랄리타란(말레이시아·5위)에 덜미를 잡혀 고배를 마셨다.
김소영은 “올림픽은 확실히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과는 다른 무대다. 변수가 많고, 상대의 집중력도 다른 대회보다 뛰어나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팀이 유리하다”며 “조별리그에서 대회 동메달리스트 시다 치하루-마쓰야마 나미(일본·2위)를 꺾었을 땐 ‘우리의 공격 전술이 통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8강에선 맞바람이 불면서 수비적으로 임한 탓에 자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고 돌아봤다.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끝을 그리는 대신 현재에 충실한다. 몸이 닿는 한 끝까지 코트 위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맹활약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코트 밖에서도 좋은 지도자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도 크다.
김소영은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올림픽 동메달,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 금메달, 2022방콕우버컵 금메달 등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감사했다. 지난해 유니폼을 벗은 남편(장성호)도 ‘최선을 다한 네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해줘 힘이 됐다”며 “가끔 소속팀에서 코치 자격으로 벤치에서 전술 지시를 내릴 때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그러나 코트 안에서는 선수로서, 밖에서는 지도자로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