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테니스 스타 카사트키나, “어엿한 호주인”
러시아 테니스 스타 카사트키나, “어엿한 호주인”
러시아 침공 전쟁, 반(反)LGBTQ+ 법률에 반대해 목소리를 내온 테니스 선수 다리야 카사트키나(27)가 결국 국적을 바꿨다. 그는 최근 호주 영주권을 취득하고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호주 대표로 뛰기로 했다.
카사트키나는 지난 3년간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과정을 거쳤다고 25일 가디언에 고백했다. 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가 더 이상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인식은 결정을 가속화했다. 2022년 커밍아웃 이후 러시아는 동성애 표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관련 이미지를 공개한 이들을 기소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카사트키나는 마드리드 오픈을 앞두고 언론과 만나 “러시아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고 열린 삶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국적을 바꾸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았지만, 다른 삶을 위한 필요했던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중립국 선수로 경기해 왔으며, 러시아 정부로부터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하라는 압력까지 받는 등 지속적인 비난에 시달려 왔다. 그럼에도 국적 변경 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졌다. 카사트키나는 “세상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카사트키나는 “호주 사람들은 서로 평화롭게 살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은 모든 것을 악화시켰고, 정치적 상황도 더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2015년 호주 시민권을 얻은 러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 다리야 사빌이 최근 카사트키나를 도와 멜버른 집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카사트키나는 “한 달 된 새 호주인”이라며 웃으며 “이제 호주 국기를 달고 뛴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카사트키나는 한때 러시아 여자 테니스 최고 랭킹(세계 8위)을 기록한 간판 선수였으며, 2021년에는 빌리 진 킹컵에서 러시아 대표로 우승한 경력도 있다. 국제테니스연맹(ITF) 규정상 이중 국적 대표 출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그가 앞으로 호주 대표로 빌리 진 킹컵에 나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정치·인권적 사유가 특별한 경우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사트키나는 “내 결정은 오직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나는 단지 내 삶에 책임지고 싶었고, 변화를 원했기에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